소비자 평가서 '전략적 비전' 우수...대규모 투자·신기술 확보 역량 인정
잇따른 재판에 '사회적책임'·'신뢰성' 과목 B+학점...평판관리 핵심 요소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평판 설문조사에서 'A 학점'을 받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을 방문한 이 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세계 반도체 대란이 일어났을 때,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재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애플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했을 때 모두 주목한 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 등 핵심 시장에서 수식어가 필요 없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7일 브랜드평판 전문 컨설팅기관 브랜드평판연구소는 'CEO 평판조사 보고서'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이 부회장의 평판 성적을 설문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국내 20대~50대 소비자 1000명으로, 평판 점수는 대학 성적평가 방법인 '학점'으로 전환해 도출했다. 조사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신뢰성 ▲고객관리 ▲전략적 비전 ▲인사관리 ▲사회적 책임 등 다섯 가지 과목을 합친 전체 평판 성적에서 'A' 학점을 받았다.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과목은 '전략적 비전', 비교적 미흡한 점수가 나온 과목은 '신뢰성'이었다.

대규모 투자와 신기술 강화로 발 빠르게 미래 전략을 수립한 점을 인정받았지만, 국정농단 사건 등 여러 재판이 이어지면서 우려 섞인 평가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월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2공장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에서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뉴삼성 속도 내는 '전략적 비전가'

이 부회장이 '전략적 비전' 과목에서 받은 평판 점수는 94점이다. 이를 학점으로 환산하면 'A0'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응답자들은 ▲기업 목표를 위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전략적 비전을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 ▲기업 비전을 실행할 탁월한 리더십이 있다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 등 측정 문항에서 모두 '긍정'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이 명확한 비전과 리더십, 미래예측 능력 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연구소는 "불확실한 삼성의 미래를 돌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인 반도체 사업을 위해 전방위로 활동하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고, 이재용 부회장의 전략적 비전 제시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핵심 경영 기조인 '새로운 삼성'(뉴삼성)을 실현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의 상황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미국 등 핵심 지역을 넘나들며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과 같은 핵심 기업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직접 논의했다.

대규모 투자 결단도 내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이 부회장은 오랫동안 결정이 지연됐던 삼성전자의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미국 제2파운드리 생산시설 건설을 확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우며, 반도체 등 기존 사업에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 등 미래 신기술과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전략적 비전과 더불어 'A0' 학점을 받은 과목은 '인사 관리'(92점)와 '고객 관리'(91점)다.

삼성의 오랜 모토 중 하나인 '최고의 품질과 A/S 제공을 통한 고객만족'과, 삼성전자가 좋은 직장이라는 소비자의 평가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달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 및 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사법 리스크는 풀어야 할 숙제

소비자 응답 가운데는 이 부회장의 강점 외에 상대적으로 아쉬운 분야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사회적 책임' 과목에서 88점, '신뢰성' 과목에서 87점을 받으며 각각 'B+'에 해당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다른 과목에 비해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세부적으로 응답자들은 신뢰성 과목에서 ▲진실되다 ▲정직하다 등의 측정문항에 '중립' 평가를 내렸다.

사회적 책임 과목 중 ▲윤리적으로 행동한다라는 문항에서 '중립'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연구소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장기간 재판을 받으면서 자주 미디어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경영 활동을 수행해야 하지만, 권력과 연루되고 비윤리적이고 정직하지 못한 CEO라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회계부정 및 부당합병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조세회피처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명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3일을 기점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올해에도 여러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에게 있어 이러한 리스크는 소비자 인식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현재 재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바람이 불고 있는 만큼 "기업 평판을 긍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뢰성·사회적 책임과 같은 요소들을 중요한 포인트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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