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경종 속 체감도 높은 환경보호 정책 필요

청년 세대에게 '환경 보호'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이들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기후위기 피해 동물 후원, 플라스틱 사용 저감 등을 통해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있다. [픽사베이]

【뉴스퀘스트=청년독자 구하정(직장인)】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초등학생 시절부터 당연하게 들어온 표어에 의문을 갖게 된 시점은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부터다.

나는 오랫동안 집 앞의 길고양이를 돌봤는데, 바깥에 사는 동물을 돌본다는 것은 곧 날씨와 친해진다는 말과 같다.

봄에 내리는 눈,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기승을 부리는 여름, 온데간데없는 가을, 혹한의 겨울까지 실감나게 느껴버리고 마는 것이다.

"참 이상한 날씨야," 새삼스럽지도 않은 명제를 중얼거리다 보면 내 집 앞의 동물뿐만 아니라 온 지구의 동물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산불에 집을 잃은 코알라, 멸종 위기에 놓인 흰돌고래.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로 터전을 잃은 북극곰이나 플라스틱을 먹는 앨버트로스, 마스크 줄에 끼어 죽어가는 야생동물들까지 보게 되기 마련이다.

먼 나라 이야기 같은 그 안타까운 사연에 기부하여 마음의 위안이라도 삼으려 하면 이번엔 우리의 이야기를 돌아보게 된다.

10년 전 '벚꽃엔딩'이라는 노래의 발표와 함께 떠돌던 "훗날 봄이라는 계절이 사라지면 이 노래로 봄을 가르치자"라는 우스갯소리, 2년간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코로나가 산림파괴로 인한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신이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가설, 50년 만의 겨울 가뭄과 강풍으로 발생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일 가능성이 있는 올해의 초대형 산불 같은 이야기 말이다.

동해안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나흘째였던 지난 7일 오전, 강원 동해시 초구동의 산불 피해 주택 한쪽에 거위와 오리들이 검게 그을린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산불이 이상 기후에 적설량이 줄며 건조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의 정책들은 당장 눈 앞의 환경 위기를 쫓아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박근혜 정부 또한 유의미한 환경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피해 구제에도 실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의 시작이라는 신호탄이 됐을지언정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제도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정책 체감도가 낮았다. 실제로 환경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도 못했다.

반면에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변화를 선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분리수거에 신경 쓰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권장하며, 새활용(업사이클링)을 고민하고 가끔은 육식 대신 채식을 시도한다.

환경을 위한 단체에 후원이 된다는 제품을 구매하고, 단순히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대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한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일회용 식기 대신 용기를 가져가 포장한다.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그 영향을 무시하던 시대를 멀리 보내는 중이다.

우리도 알고 있다. 내가 종이 빨대를 쓴다고 해서 넓은 대양의 플라스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거대한 공장과 여러 산업들을 규제해야만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까지도.

그러나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기꺼이 불편하고도 윤리적인 일을 선택하려고 한다. 개인 차원의 작은 활동들로 국가 차원의 큰 정책적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공약집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탄소중립 실현'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정과 기후위기 대응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이제는 정말로 인정해야 한다.

환경파괴니 지구온난화니 전지구적 재앙이니 하는 것들이 다음 세대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대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잃고 있다. 푸르른 산과 깨끗한 바다, 멸종하지 않은 동물,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물살이, 아름다웠던 봄·여름·가을·겨울, 심지어 미세먼지나 바이러스가 없는 신선한 공기까지도.

작금의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 환경을 결정지을 마지막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시행착오가 허용될 만한 시간은 부족하고, 위기는 심각하며, 청년들은 내일도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지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들의 문화로 이미 저 멀리서 제도가 이 변화에 발맞춰 주기를 손짓하고 있다.

우리의 환경위기시계(환경 파괴에 따른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간으로 나타낸 시계)는 이미 9시38분을 가리키고 있는 상황.

청년인 나는 새 대통령에게 모든 생명이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 내일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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