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 시대 맞아 금융·비금융 시너지 효과 기대 커져
알뜰폰, 배달 애플리케이션 등 기존 사례에 대한 평가 비교적 긍정적
다른 산업 영역 침해, 문어발식 확장 등 우려의 목소리도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시중은행들의 혁신금융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 본점 사진. [캡처=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시중은행들의 혁신금융서비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 본점 사진. [캡처=김민수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 현재 우리나라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의 상호 간 소유·지배를 제한하고, 금융기업은 법에서 허용된 금융업과 부수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금산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에 디지털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금산분리 제도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시중은행들에게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몇 가지 사업을 시행해보니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기관들이 디지털화를 내세워 다른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을 위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엄격하게 관리하던 금산분리 제도…개선하는 이유는?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과 관련한 금융권, 핀테크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이달 중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연 금융위원회는 산업계의 의견을 모아 관계부처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 초에 구체적인 방안을 상정·심의할 예정이다.

엄격하게 금산분리 제도를 운영해 온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 이유는 디지털화와 빅블러 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허가를 내준 은행권 혁신금융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정착 사례를 보인 점도 한 몫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제도로 인해 은행은 관련 업무 외 다른 산업에 진출할 길이 전혀 없었다”며 “다른 산업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시대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때가 됐다”고 전했다.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각자 특색있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디지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픽사베이]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각자 특색있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디지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픽사베이]

◇ 잘 나가는 4대 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들이 해온 혁신금융서비스를 보면 알뜰폰 사업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매우 다양하다.

먼저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은 2019년 12월 은행권 최초로 알뜰폰 서비스 ‘Liiv M’(이하 리브모바일)을 선보였다.

리브모바일은 알뜰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최초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면모를 보였다.

LGU+(2019년 12월 제휴), KT(2022년 7월), SKT(2022년 10월) 3대 통신사 망을 모두 활용하면서 멤버십 혜택 등 고객들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상생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비대면 가입 신청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은 올해 1월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서비스를 전면 시행했다.

높은 배달 수수료, 가맹점 부담 증가 등으로 배달업계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고객·소상공인·배달라이더의 상생을 추구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저렴한 광고 수수료, 광고비 무료 등을 통해 인지도를 넓힌 땡겨요는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체 전자결제지급대행 시스템을 통해 당일 판매대금을 정산할 수 있다는 부분도 땡겨요의 장점”이라며 “앞으로도 모두의 상생을 추구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행장 이원덕)의 경우 올해 8월 제2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나온 플랫폼 금융 서비스 발전의 첫 사례에 이름을 올렸다.

SGI서울보증과 협약을 맺고 준비한 공급망 관리 플랫폼 ‘원비즈플라자’를 9월 출시했다.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기업들은 별도의 구매 솔루션을 구축하지 않아도 구매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협력사와 실시간으로 소통을 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시작된 공급망 관리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은 네이버파이낸셜(대표 박상진)과 공동으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을 출시했다.

해당 통장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신규 개설할 수 있으며, 선불충전금은 자동으로 하나은행 제휴 계좌인 네이버 머니 하나 통장으로 보관된다. 선불충전금에 대한 이자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미리 선불충전을 하거나 차후에 환급받는 번거로움 없이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마다 하나은행 계좌에서 필요한 금액만큼 자동으로 선불충전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네이버파이낸셜 측과 금융 소비자들이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금융을 이용하고, 다양한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한 상태”라고 전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최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기존 고객 빼앗기게 된 대형 업체들은 ‘한숨’

이처럼 4대 은행들이 다른 산업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각 산업별 ‘터줏대감’ 기업들은 은행들이 선보이는 혁신 서비스로 인한 상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들은 은행들이 진출 방안을 모색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 신경전을 벌이면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KB국민은행이 리브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을 때 통신업계 전통의 강자인 SK텔레콤은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광고에 기존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계의 행보를 해학적으로 풍자하면서 먼저 도발하기도 했다.

앞으로 금산분리 제도 개선으로 인해 은행들이 진출하는 사업 분야마다 기존 기업들과 마찰이 심심찮게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금산분리 제도 개선이 사실상 큰 폭의 ‘완화’ 수준으로 금융권이 문어발식 사업 진출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 개선은 금융의 디지털화 촉진과 금융업과 비금융업 간 시너지 제고를 위한 조치로 금산분리 제도 자체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산업 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 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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