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호 항목에 ‘연금저축·보험금’ 넣는 개정안 입법 예고
미국·영국 등은 ‘억대’ 보호한도 설정…올해 안으로 결론 낼 듯
금융권에서는 ‘예금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에 대한 부담 호소

국회와 예금자들이 2001년 이후 23년째 동결되고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떠한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예금자보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국회와 예금자들이 2001년 이후 23년째 동결되고 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떠한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예금자보호 관련 컴퓨터그래픽.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이 파산하면서 금융기업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예금자보호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비공개 회의 등을 거치면서 전반적인 상황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안으로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뜻도 내비쳐 23년째 동결인 예금자보호한도가 어떻게 조정될지 모아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과 예금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릴레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현재 금융위원회·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보호제도를 수정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에서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예금보험공사가 담당하고 있는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예금자와 전체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뜻한다.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설립된 예금보험공사가 평소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예금보험료)를 받아 기금(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한 후 금융회사가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금융회사를 대신하여 예금(예금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예금자보호법상 예금보험료율은 예금액 대비 ▲은행 0.08% ▲증권사·보험사 0.15% ▲저축은행 0.4%다. 예금보험기금 보험료 수입액은 작년 기준 약 2조 208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다수의 소액예금자를 우선 보호하고, 부실 금융회사를 선택한 예금자도 일정부분 책임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예금의 전액을 보호하지 않고 일정액만 보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금과 소정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원까지만 보호되며, 초과금액은 보호되지 않는다.

이러한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이유는 2001년 이후 23년째 최대 보호 금액 한도가 5000만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나온 미국 25만 달러(한화 약 3억 2500만원), 영국 8만 5000 파운드(약 1억 4000만원), 일본 1000만 엔(약 9000만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한도 금액인 셈이다.

민관 합동 태크스포스 보고서에는 ‘예금자보호한도 현행 유지 시’, ‘1억원 상향 시’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는 아직 세부 문구 수정 작업 등을 거치고 있으며, 조만간 최종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정치권과 예금자들 사이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부도 당시 고객들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해 금융권의 혼란이 더 커진 만큼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이러한 위기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로 금융권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한에 따른 예금보험료율 인상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올라가게 되면 금융기업들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면서 예금금리 인하, 대출금리 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예금자보호한도가 상승하면 제1금융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저축은행 등에 자금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금보호의 구조. [표=예금보험공사]
예금보호의 구조. [표=예금보험공사]

금융위원회는 아직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예금보호한도 별도 적용 대상 금융 상품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8월 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히면서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현재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신탁과 보험회사에서 취급하는 연금저축보험이 새로운 항목으로 포함되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예금자가 A은행에 ▲보호대상 은행상품 5000만원 ▲연금저축신탁 5000만원 ▲중소퇴직기금 5000만원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도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1억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보험금에 대한 예금자보호 항목이 늘어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DC형 퇴직연금, 연금저축보험, 보호 대상 일반보험을 각각 5000만원 보유한 상태에서 사고보험금 5000만원까지 발생하면 DC형 퇴직연금 5000만원과 나머지 항목을 합산해 최대 1억원까지만 보호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DC형 퇴직연금, 연금저축보험, 사고보험금, 보호대상 일반보험 모두 각각 5000만원까지 보호하면서 최대 2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아직 입법예고 단계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호 항목을 늘렸다는 점에서 올해 안으로 예금자보호한도 금액 상향 여부도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요섭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은 “이번 예금보호 대상 확대와 관련한 개정안은 보호 한도 상향과는 관계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보호 한도 변경을 포함해 종합적인 제도 개선 논의를 거쳐 오는 8월에는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금융기업, 예금자 모두가 만족할만한 결론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적인 동결 또는 상향 여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