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물가·가계부채 등 반영 당분간 금리동결 이어질 전망
일각에선 경기 둔화 극복 위해 '하반기 인하’ 가능성도 점쳐
이창용 총재 “금리 인하 시점 못 박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이후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이후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또는 ‘인하’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하기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경기 둔화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잡아야겠지만,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격차 등을 고려하면 인상 카드 역시 버릴 수는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 동결을 유지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조정안은 인상도, 인하도 결정하기 어려운 한국은행의 입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어제(13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월부터 4회 연속 동결됐다.

다만, 지난 5월과 마찬가지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전원이 3.75%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기로 했다.

인상 가능성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 불확실성 증대 ▲높은 근원물가 흐름 등 근거도 동일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 발표는 5월과 비교했을 때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의 변화가 없었다”며 “이는 기준금리 조정 명분의 필요성도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도 개별기관의 문제로 전체 유동성을 확대할 정도의 이슈가 아니라고 평가했다”며 “결과적으로 연준 통화정책과 국내외 펀더멘털 흐름이 향후 통화정책 운영의 주요 포인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준금리 조정안 발표 직후 열린 진행된 질의응답은 가계부채와 금리 차에 따른 환율에 집중됐지만 한국은행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문제가 된다면 대응은 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면 금통위는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며 “인상을 하자니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와 1%대 성장률이 발목을 잡고, 인하를 하자니 부동산 PF 등 가계부채와 근원 물가와 대외 금리차에 따른 환율 변동성 이슈가 걸린다”고 지목했다.

현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가 내려가고 있지만, 근원 물가 상승률과 8월 이후 기저효과 일부 해소로 인해 일찍 환호하지 말 것을 당부하면서 만약 기준금리를 움직인다면 그 방향은 아래가 아니라 위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김지나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물가를 보고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 가장 지양하고 싶은 것은 시장의 인하 기대감으로 인해 정책 효과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행은 경제성장, 물가, 가계부채, 연준 정책 등을 고려할 때 결국은 동결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즉, 각종 대내외 위험 요인들이 현실화되기 전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대한상의, 연합뉴스]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대한상의, 연합뉴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는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했다”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의견을 유지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기준금리 변동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요인이 ‘물가’보다는 ‘경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수요 부진, 국내 성장세 둔화, 물가 하락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준의 정책 방향 불확실성에 시장금리 하락은 제한되겠으나, 추가 인상에 대한 기대도 제약된다는 점에서 상하방이 막힌 박스권 레인지 등락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여전히 한국은행은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단호히 선을 그으며, 매파적 기조(금리인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이창용 총재는 “당분간 금리를 내린다고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연말까지 상황을 보고 금리를 조정하면서 거시적으로 보겠다”고 단언했다.

그동안 이창용 총재는 금리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위와 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 상승률 목표 수치 2%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며 “그것이 연말이 될지 언제가 될지는 시기로 못 박는 선제적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하는 한편, 당분간 금리를 어떻게 운용할 지에 대해 모두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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