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높은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베이비스텝’ 단행
추가 인상 또는 동결 가능성 내비쳤지만, 인하 여부는 ‘싹뚝’
국내외 경제 상황 고려해 통화정책 운영할 한국은행 고심 커져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를 기록하게 됐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를 기록하게 됐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대다수 국내외 금융 전문가들이 예상한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7월 선택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동결을 이어온 한국과 달리 미국이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함에 따라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인 2%포인트를 기록하게 됐다.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국은행이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미국 연준,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0.25%포인트’ 인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25∼26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당분간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 기준금리(3.50%)보다 최대 2.00%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로 약 15개월 만에 잠시 숨 고르기에 돌입했던 연준은 이번 인상 배경에 대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근거로 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단기간의 사회적 비용보다 인플레이션 통제 실패에 따른 장기적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인 2%를 향해 내려간다고 확신할 때까지 정책을 계속 긴축적으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매파적(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갔지만, 동결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과거보다 다소 수그러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파월 의장은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데이터에 따라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올해는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준 발표에서 새로운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발표한 6월 점도표상 올해 금리 전망치 중간값(5.6%·5.50∼6.00%)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추가 인상이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관련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관련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 금리인상 사이클, 종착은 언제쯤?

이러한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동결 가능성’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동결 결정 이후 미국 경기의 둔화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계속해서 견조한 고용시장과 높은 물가 레벨이 유지됐던 만큼 미 연준이 추가 인상 결정에 나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9월 FOMC 이전까지 발표될 2 번의 CPI 와 고용시장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데이터 의존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며 “지표 둔화를 확인하면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즉, 올해 6월 연준의 결정은 ‘매파적 동결’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달 결정은 ‘비둘기적 인상’이라는 것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 파월 의장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금리인상과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었다”며 “기자회견에서도 통화정책 방향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발언들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핵심지표들의 추세가 전환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에는 신중함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FOMC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의견 유지한다”고 말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9월 인상과 동결의 가능성이 공존했다”며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은 6월 대비 매파적 톤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시중은행 대출 관련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대출 관련 홍보물. [사진=연합뉴스]

◇ 벌어지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로 우려되는 사항은?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을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

주식·채권 시장의 혼돈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은 과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를 일정 간격 유지했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다르다.

국내외 각종 금융 지표의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영해나가겠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격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문제는 이제 2%포인트로 벌어진 한·미 기준금리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달까지 4회 연속 기준금리를 통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리가 더 올라갈 경우 대출 원금·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이 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여기에 추가로 자금 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제2의 강원도 레고랜드·새마을금고 사태와 대규모 부동산PF 부실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사이에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모두가 당분간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아직 미국 연준이 금리를 몇 번 올릴지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라 우리 외환시장도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부동산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목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차기 금융통화위원회는 8월 24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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