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8곳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 1.9%
2년 연속 1%대 성장률 기록할 경우 1954년 이후 최초
중국 리오프닝 효과, 반도체 산업 활성화 시점에 ‘시선집중’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8곳이 7월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사진은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8곳이 7월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사진은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산업계 전반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양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1%대로 낮게 잡았다.

외환·금융위기 당시 한국 경제가 역성장 또는 0%대 저성장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1%대 성장률을 보인 적은 없었다.

더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와 수출 부진 등으로 좀처럼 반등을 꾀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 8곳이 7월 말 기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6월 말 기준 해당 투자은행들이 제시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2.0%)과 비교하면 0.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월 말 기준 2.1%에서 3월 말 2.0%로 하향 조정한 후 3개월 연속 유지하다가 지난달 말 소폭 낮췄다.

은행별 수치를 보면 골드만삭스(2.6%), 바클레이즈(2.3%), BoA-ML(2.2%) 등 3곳은 내년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반대로 씨티·JP모건(1.8%), UBS(1.7%), HSBC(1.6%), 노무라(1.5%) 등 5곳은 내년 한국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1.1%다.

지난해 2.6% 성장한 한국 경제에 대해 외국계 투자은행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 모두 1%대의 저성장에 머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당 투자은행들의 전망대로 한국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을 할 경우 성장률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이후 최초 기록을 남기게 된다.

과거 한국 경제 성장률을 보면 약 70년 동안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등을 제외하면 2%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특히 1979년 2차 석유위기 파동의 영향이 덮쳤던 1980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된 2009년,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등에는 일시적성장 충격을 겪었지만, 이듬해 빠르게 반등했다.

다만, 외국계 투자은행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한국 정부, 한국은행과는 다소 시각차가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예상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은 성장률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폭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6%로 하락한 뒤 내년 2.4%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말 당시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1.7%와 2.5%로 추정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낮게 잡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 경제 반등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요 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경고등을 켜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고, 주요국들의 경기 회복 속도까지 느려지면서 한국 경제의 하반기 반등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해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나오면서 한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경제의 반등 기대까지 꺾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연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3%로 집계됐다며,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19(2020∼2021년) 등 위기가 닥쳤던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중국 리오프닝 기대가 올해 안에 실현된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이로 인한 영향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파급되면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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