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통위, 각종 경기 상·하방 위험성에 ‘동결’ 발표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불안한 경기 상황 지속
사상 최대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여전히 부담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은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있었지만, 경제 침체 등 경기 하방 위험성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는 2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이 예정돼 있는 등  미국의 추가 긴축 여부가 앞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

금통위는 올해 2·4·5·7월에 이어 8월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3.50%로 유지했다.

2020년 3월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빠르게 하향 조정했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쳤지만,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한국은행은 같은 해 11월을 비롯해 지난해 1·4·5·7·8·10·11월, 올해 1월까지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등 총 3.0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는 올해 2월부터 멈췄다. 금통위는 7개월째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결정적인 이유는 불안한 경기 상황 때문이다.

그동안 발표된 통계 자료를 보면 2분기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 높지만,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하락했다.

특히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 중국 경제의 위험성이 부각되고,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한국은행이 기대하고 있는 ‘상저하고’(하반기 경기 반등) 실현이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그래프. [사진=연합뉴스]

대다수 전문가들은 8월 금통위 발표 전부터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회복이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특히 중국발 금융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가라앉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낮추기에는 치솟는 가계부채·환율·물가 등이 부담이다.

실제로 올해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다시 불어나고 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었던 가계신용(빚) 잔액(1862조 8000억원)은 지난 2분기보다 9조 5000억원 증가했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최근 환율은 9개월 만에 1340원대에 올라섰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2.00%포인트(한국 3.50%·미국 5.25∼5.50%)로 유지됐으나, 향후 미국이 추가 인상에 나설 경우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3%)이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완전히 꺼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물가에 대해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여름까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최근 몇 달 동안 기저효과로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라며 “이 효과가 사라지면 결국 가을과 겨울에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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