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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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꽤나 서글서글한 인상에 연기도 잘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던 이상엽 배우.

그가 나이 40세에 이르러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이와 관련되어서 깜작 놀란 일이 있었다.

모 종편 채널에 시즌 4까지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밑에 엄청난 수의 댓글이 달려 있는 것이었다.

‘성지순례’ 왔다고. 실제 일어나는 현상을 많이 참조하기 위해 인기 있는 프로그램, 기사, 현상, 그리고 거기 달리는 댓글들도 흥미 있게 보는지라 누군가가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누설했을 때’ 처음에는 무시하는 댓글이 있다가 며칠 지나 그게 진짜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너도나도 와서 ‘성지순례’ 왔다고 하면서 ‘댓글놀이’를 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성지순례 왔다는 댓글이 달렸을까?'라는 생각으로 내용을 보고 있자니 매번 진짜 직업과 가짜 직업을 교묘히 섞어 넣고 진짜를 맞추는 프로그램의 그 날 주제는 '누가 바로 진짜 점을 잘 보는 사람인가?'를 맞추는 것이었다.

2021년에 방영된 그 영상 역시 두 사람의 역술가가 나와서 프로그램 출연진의 몇몇 사람의 앞날을 예측하고, 두 사람 중 누가 진짜 역술가인지를 맞추는 내용이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이상엽 배우가 2024년에 결혼한다고 하였고, 얼마 전 이상엽 배우가 2024년에 결혼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성지순례” 댓글이 달리게 된 것이었다.

누군가의 앞 날을 예측한 걸로 유명한 사람 중 한 명은 20세기 중반 영매 및 점성가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고 베스트셀러 전기문의 주인공이기도 한 ‘진 딕슨’이다.

구글 혹은 유튜브에 'Jeane Dixon'이라고 치면 그녀의 위대함, 그리고 소름끼치는 예언들을 소개해 놓은 글이나 영상이 허다하다.

그러나, 그 위대함과 영능 말고도 'Jeane Dixon'을 검색하면 진 딕슨 효과 'Jeane Dixon Effect'가 같이 나온다.

그런데, 닉슨 대통령이 그리고, 레이건 대통령 부부가 그렇게 의존했다던 진 딕슨의 명성과는 다르게 진 딕슨 효과는 무척이나 다르게도 최대한 많은 예측을 내놓으면 그 중에 몇 개는 맞을 수도 있다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정말 영험하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 속된 말로 정말 잘 맞추고 용하다는 누군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아주 많은 예언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중의 몇 개는 맞을 수 있다.

어떤 용하다는 사람이 하루에 4명의 손님만 1시간씩 받는다고 하자.

그리고 주 5일 근무한다손 치면 대략 일년에 250일 정도해서 1000명 가량 손님을 받을 수 있다.

그 사람이 5%의 확률로 맞춘다고 하면 ‘뭐가 용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그렇게 많이 예측한다는, 즉 1000명에서 50명 정도는 맞췄다고 안 하고 50명의 운세를 기가 막히게 맞췄다고 하면 그게 바로 엄청나게 보인다.

또 용하게 보이는 예언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그 핵심은 애매모호하게 말하기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믿고 싶어하는 만큼 무언가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애매모호하게 들리는 얘기들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그래, 맞아 어떻게 이렇게 잘 맞추지?'라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얘기해주는 사람들은 손님보다는 상대방의 심리를 잘 꽤뜷는 사람들이다.

이 정도 얘기에 어떻게 걸려들지 잘 아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우리 같은 나이에 점을 보러 간다는 것은 몇 가지 경우를 넘어가지 않는다.

일, 자식, 배우자 이렇게 세 가지 외에는 크게 궁금한게 없다.

일은 돈과 연결되며, 자식은 속을 썩이는지 아닌지, 배우자 혹은 이성 관계 역시 잘 되거나 안 되거나이다.

대체로 사람들의 성별, 옷차림, 그리고 나이 정도를 보면 저 셋 중 하나 얘기를 애매모호하게 하면 '아, 잘 맞추네'라고 내가 지레짐작으로 나에게 맞춰서 해석한다.

마치 총을 엉뚱한 곳에다 쏴 놓고는 거기에다가 과녁을 나중에 그려서 백발백중 맞췄다고 주장하는 ‘텍사스 명사수 (The Texas Sharpsooter Fallacy: 텍사스 명사수 오류)’들처럼 말이다.

이러한 얘기들은 인간이 사후예측 (Postdiction) 하려는 경향에서부터 비롯된다.

사전예측이 불가능한 것은 사람들은 사전에는 과연 어떠한 하나하나의 변수들이 서로 영향을 끼쳐서 매우 큰 사건이 터지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일어났기 때문에 원인이 되는 몇 가지 사전 징후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 있지,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사전 징후들로부터 9.11테러가 일어날 거라고 주장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인간이 모든 정보를 받아들여서 양자컴퓨터처럼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이 터진 다음에야 나의 기억을 조금씩 조작해서 나는 그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고 여기저기 얘기한다.

얘기가 조금 엇나갔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텍사스 명사수처럼 점을 봐주는 사람이 얘기를 하면 그걸 자기 상황에 맞춰 해석해서 마치 엄청 잘 맞추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그 날 꽤 많은 얘기를 듣고 몇 가지를 맞추면 확률을 생각하지 않고, 그 맞았던 부분 때문에 마치 엄청나게 잘 맞춘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모두가 확률의 얘기이고 과학의 견지에서 보면 당연한 얘기들일 수 있다. 우리 편향에 스스로 빠져서 비과학에 푹 빠질 필요는 없다.

하기야 이렇게 얘기하는 나도 미래가 궁금하면 기꺼이 비과학을 방문하곤 한다.

확률이 우리 상식을 깨뜨리는 예에 대해서는 행동경제학 몇몇 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방안에 생일이 똑같은 두 사람이 있을 가능성이 없을 가능성보다 높으려면 몇 명이 있어야 하나'라는 문제다.

정답은? '23명'

방안에 23명만 넘으면 방 안에 생일이 똑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어간다. 왜 그런지는 찾아보기 바란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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