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절규' [사진=픽사베이]
뭉크의 '절규'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 행동경제학의 기본 명제는 ‘사람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기적이지만은 않다’이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간은 나의 효용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상태를 언제든지 생각하고, 바로 즉각적으로 찾아내어 의사결정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원래 인간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비용(Cost)과 혜택(Benefit)을 즉각적으로 비교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야만 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엄청나게 계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경제학자, 수학자, 통계학자, 물리학자들은 적어도 그와 비슷하게 행동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과연 그들은 그럴까?

‘미래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스티븐 존슨, 원제 Farsighted) 라는 책을 보면 진화론을 만들어낸 다윈의 의사결정 방법이 나온다.

“결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을 때, 결혼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해 가면서 결국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한 단면만 보면, 무언가 의사결정을 할 때, 다윗처럼 장단점 비교를 하는 행위가 매우 과학적이고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다윈의 행동을 보고, 러셀 로버츠 교수는 오히려 장단점을 분석하는 과정은 그냥 자기가 진짜로 뭘 원하는 지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얘기하면서 오히려 무언가에 “뛰어듦”이 더욱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한다.

찰스 다윈이 실제로 적은 내용을 보면 결혼의 단점은 장점보다 훨씬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결혼한다고 결정을 내렸으니 말이다.

이와 유사하게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이자 시인이었던 피트 하인은 ’A psychological tip’이라는 시에서 무언가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동전 던지기라고 했다.

왜냐하면 동전을 던지는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불현듯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시의 내용 전부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구나 다 그렇다고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운동화를 하나 사고자 쇼핑몰에 들르게 되었다.

한참 이런 저런 제품을 보다가 마침 내 마음에 딱 드는 운동화 두 개를 발견하였는데 어떤 운동화를 살지 도무지 결정을 못하는 상태이다.

둘 다 너무 마음에 드는데, 검정색을 사고자 하니 왠지 남들 너무 많이 신는 평범한 운동화 같고, 붉은 색을 사고자 하니 너무 튀는 색 같아서 도무지 고를 수가 없다.

분명히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이 때 500원 짜리 동전을 하나 꺼내서 던지면서 앞면이 나오면 붉은 색, 뒷면이 나오면 검정 색을 사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앞면이 나왔다 치자.

바로 붉은 색 운동화를 사야 하는데, 속으로 ‘아니야 삼세판’을 외치면서 두 번 더 던지기도 한다.

이러면 실제로 내 마음은 검정색 운동화를 이미 마음에 두었다는 것이 이 시의 핵심이다.

동전 던지기를 하다 보면 실제 내 마음의 상태를 알아챌 수 있고, 이는 위에서 말한 다윈의 결혼에 대한 고민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분명히 자기 일기장에 결혼을 위한 장단점 리스트를 쭉 적어서 단점이 장점보다 훨씬 많다는 결론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택했다.

쓰여진 결론과 상관없이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알아챘던 것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 교수로 있는 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퍼시 다이아코니스 (Persi Diaconis)는 이런 일화를 들려준다.

언젠가 스탠포드에서 하버드로 옮길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계속 친구들과 상의하고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한 친구가 당신은 이미 의사결정이론에 관해서 세계 최고의 학자 중 한 명이니까 기대 효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면 되지 않냐고 의견을 주었는데, 거기에 대해 대뜸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이봐, 난 지금 심각하다고.”

역시 누구나 다 똑같은 우리와 같은 인간일 뿐이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잘 못한다고 해서 신조어로 나 “결정장애”니까 너가 결정해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고민만 오래하지 결정을 잘못한다는 뜻을 지닌 ‘결정장애’라는 말은 예전부터 ‘햄릿증후군’이라는 말로 쓰여져 온 용어이다.

결정을 못한다는 말은 곧 인간은 의사결정과정에서 무엇이 더 좋은지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생각해 보자.

역시 쇼핑몰로 가서 스웨터를 사려고 하는데, A라는 상품은 그 화려한 색감 때문에 좋고, B라는 상품은 입었을 때 착용감이 너무 좋아서 좋다고 하면 서로 다른 영역의 정서적인 부분을 수치화해서 바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항상 가능할까?

색만 가지고 비교하면, 그리고 촉감만 가지고 비교하면 그 카테고리 내에서 충분히 선호를 정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성질의 영역들을 서로 비교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결정을 못한다는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다 일종의 햄릿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전혀 이상한게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꼭 하고 싶다.

때로는 고민하는 것보다 행동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 후에 벌어질 일들은 어떤 것이 우연처럼 생각지도 못할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똑똑한 사람들도 그냥 동전 던지기로 결정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 해당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