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75)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미국은 여러가지 이민 정책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보기 드문 나라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미국도 여전히 저출산은 커다란 문제다. 그러한 미국이 위험 수위에 다다른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제 한국은 저출산 국가 미국이 우려할 정도의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불과 20년도 채 안돼 이런 나라가 되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저출산 미국이 우려하는 한국의 저출산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가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에서 나타난 0.7명으로 줄어든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다우서트는 오피니언 페이지에서 '한국은 사라지는가? (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있어 두드러진 사례연구 대상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한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를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가 비유한 ‘중세 유럽’은 합계출산율 0.7명의 의미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인구가 줄어들지 않으려면 2명의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이제 1명도 안 되는 0.7명으로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런 비율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가장 빨리 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앞서 통계청은 지난달 29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1년 전보다 0.1명 줄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14세기 흑사병 수준으로 인구 감소할 것”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세기 유럽 지역에서 흑사병에 의한 정확한 사망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선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이 세계 지도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라는 지적은 그렇게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에 UN이 지적한 내용이다.

지난 2008년 UN미래회의가 내놓는 UN미래보고서는 이미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지도에서 사라질 국가로 지목했다. 당시 한국의 출산율은 1.2명 선이었다.

이 수준이라면 5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2016년 현재) 기준에서 3000만 명으로, 200년 후에는 500만으로, 그리고 2800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UN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중요한 것이 있다. 당시의 이러한 계산은 출산율을 1.2명 선이 그나마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할 때 그렇다.

그러나 UN은 이제 한국의 출산율이 1명을 기록했고, 다시 1명 이하로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사라지는 시기는 훨씬 앞당겨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구 문제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필립 롱맨은 이미 20년 전인 2004년 그의 저서 ‘텅 빈 요람'을 통해 미국의 저출산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사진=아마존]
미국의 저명한 인구 문제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필립 롱맨은 이미 20년 전인 2004년 그의 저서 ‘텅 빈 요람'을 통해 미국의 저출산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사진=아마존]

‘텅 빈 요람’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한국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 떨어진 출산율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인구 통계학의 정설임을 생각하면 이제 이 문제는 우리에게 하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쩌다 찔끔찔끔 나오는 일회성, 그리고 단기적 보상책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저출산 대책에 획기적인 혁신이 없이는 암울한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요람 속의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 그곳은 바로 재앙을 예고하는 사회다.

미국의 저명한 인구 문제 전문가이자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 재단의 선임 연구원인 필립 롱맨(Philip Longman)은 지난 2004년 그의 저서 ‘텅 빈 요람, The Empty Cradle’을 통해 미국의 저출산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나 미국인이 쓴 이 ‘텅 빈 요람’은 미국이 아니라 요람의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겨냥한 저서였다.

NYT의 다우서트 칼럼니스트가 새롭게 제기한 내용이 아니다. 그리 놀라워할 일도 아니다. 놀라워할 일이 있다면 이에 대해 전혀 대책이 없이 무방비로 일관해 온 우리 정부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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