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9월 건설수주 전년 동월 대비 26% 줄어
건축허가면적, 착공면적도 모두 큰 폭 감소
높은 매출원가율 탓으로 수익성 크게 줄어
건설경기 2024~2025년 사이 회복세 전환 예상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시장이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의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사진=권일구 기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내년 국내 건설시장이 올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의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사진=권일구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올 한해 건설시장이 역대급으로 부진한 가운데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중심의 경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1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건정연에 따르면 내년 건설경기는 전체적으로 회복 요인에 비해 부진 요인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 2022년 이후 부진했던 건설 선행지표의 시차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올해 최악의 부진 겪은 건설업...수주·허가·착공 수치 모두 감소

올 3분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뉴스퀘스트]
올 3분기 전국 건축 인허가 현황. [국토교통부 제공=뉴스퀘스트]

올해 건설 시장은 공공과 민간 모두 수주가 감소하며 경기 부진을 겪었다. 지난 1~9월 건설수주는 127조795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172조7482억원으로 집계된 전년 동월 대비 26.0% 줄어든 수치다. 

건설업 지표 가운데 영향력이 큰 건축허가면적과 건축착공면적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축허가면적의 경우 올해 1~9월 누계 1억261만㎥으로 나타나며 전년 동월(1억3857㎥) 대비 25.9% 감소했다. 착공면적 역시 올해 1~9월 누계 5220만㎥으로 전년 동월(8763만㎥) 대비 40.4% 줄었다.

건설 투자는 예상과 달리 기저효과, 건축 마무리공사 증가 등에 따라 2%대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건정연은 건설수주, 건축허가면적 등 선행지표 부진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가 둔화될 것이며 이는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경기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던 건설자재 가격 상승도 올 한해 그 폭이 둔화됐다. 2021년과 2022년에 건설자재 가격이 전년말 대비 각각 27.3%, 6.2% 오른 것에 비해 올해까지는 1.0% 상승률에 그치고 있다.

올해 건설시장은 공공과 민간 모두 수주가 감소하며 경기부진을 겪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올해 건설시장은 공공과 민간 모두 수주가 감소하며 경기부진을 겪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대신 주요 건설업의 이익률은 크게 악화됐다. 가파르게 오른 공사비와 자금조달여건 등으로 매출액은 증가한 반면 수익성은 줄어든 탓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의 올해 1~3분기 매출원가율이 90.5%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원가율(89.0%)보다 1.5%포인트(p) 올랐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매출원가가 높다면 물간을 많이 팔았다 하더라도 남은 돈이 많지 않게 된다.

건정연은 이에 대해 "올해는 공사비 상승효과로 매출 증가,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대형사와 중소형간 실적 차별 현상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중소 건설사 부도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건설산업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만 총 2717개의 건설사가 폐업 신고를 했다.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건정연은 "건설기업 수가 8만개에 육박함을 감안하면 위험이 확대 해석된 측면도 존재한다"면서도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한계기업 및 부실위험기업의 비중이 확대된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 더 어렵다...건설투자, 올해 대비 2.4% 줄어든 257조원

건정연은 내년 건설시장의 키포인트로 ▲금융시장 여건 개선 여부 ▲건설공사비 급증 부담 문제 ▲선행지표 악화의 파급효과 등을 꼽았다.

먼저 건정연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건설업의 높은 의존도를 지적했다.

특히 2022년 이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PF 시장을 중심으로 자금시장의 경색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하며 부동산PF 부실화는 건설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들어 증권사, 저축은행, 여신전문기관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증권사 연체율은 17.3%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건정연은 "부동산PF 시장의 위축은 주택공급은 물론 상업용부동산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상당해 민간투자 둔화가 예상된다"며 "정부의 빠른 대응으로 시장개선이 이뤄진 측면이 있으나 일부 부실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1년부터 심화된 건설공사비 문제가 내년 건설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건정연은 지적했다.

최근 가격 상승세는 저금리와 재정치출 확대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 등의 요소로 나타나 불확실성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은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폭이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정연은 "올해 들어 건설자재 가격 상승률 자체는 1% 수준으로 크게 안정된 상황"이라며 "글로벌 부동산 CBRE 그룹, 맨해튼 건설그룹 등은 향후 건설비용 지수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기관별 2024년 건설투자 전망.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뉴스퀘스트]
각 기관별 2024년 건설투자 전망.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제공=뉴스퀘스트]

아울러 한해 역대급으로 부진한 건설수주, 허가, 착공 등의 지표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건정연은 2023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2% 증가한 26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고 내년 건설투자 규모는 올해 대비 2.4% 감소한 257조원으로 전망했다.

특히 2022년 이후 부진했던 건설 선행 지표의 시차효과가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평가했다.

건정연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위험관리를 경영 우선순위로 설장하고 재무 건정성 강화 노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 디지털 전환 등 건설시장의 메가트렌드에 대한 흐름에 지속적으로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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