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정보 거짓 공개로 소송 진행
문체부, 오는 3월 22일부터 정보 공개 의무화...꾸준한 관리 필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레드랩게임즈 상대로 저작권 침해 고소
소송 결과에 따라 서비스 운영 중단도...'표절 딱지'로 유저 대거 이탈

 게임사들이 올해에는 유저들의 단체 소송, 정부의 규제안, 게임사 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 등을 연이어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6~19일 진행된 '2023 지스타'. [사진=김민우 기자]
게임사들이 올해에는 유저들의 단체 소송, 정부의 규제안, 게임사 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 등을 연이어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6~19일 진행된 '2023 지스타'. [사진=김민우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게임업계가 좌불안석이다. 지난해에 신작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매출 부진을 겪은데 이어, 올해에는 유저들의 단체 소송, 정부의 규제안, 게임사 간의 저작권 침해 소송 등에 휘말리면 서다.

정부 규제나 소송 결과에 따라 '게임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어 게임사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신작 발매를 앞둔 게임사들은 유저들의 게임 취향, 정부의 규제안을 반영한 BM(수익모델), 동종 장르간의 유사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경쓸 것들이 많아졌다. 

게임사들이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통한 유저 친화적이면서도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문체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게임 업계 BM 변화 바람 부나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조항이 담긴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조항이 담긴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 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오는 3월 22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제도' 시행에 앞서 이에 관한 해설서를 지난 19일 배포했다.

해설서의 핵심은 게임 이용자들이 유상으로 구매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게임사들이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특히 게임 광고나 선전물에서도 관련 문구를 기입해야 한다.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허위 공개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응해 게임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바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문체부가 위법 사례를 감시하기 위해 모니터링단 24명을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운영하기로 했는데 이 규모로는 3000개가 넘는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일일이 모니터링할 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됐다. 국내 지사 또는 사무실을 두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해외 기업들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게임 업계 관계자 A씨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인원 구성이나 예산 등을 고려했을 때 수천개의 게임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며 "추후 시행 과정에서 해외 게임사와의 형평성 있는 규제가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정보로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만큼 궁극적으로는 유저들에게 정보 공개를 하는 쪽이 돼야 한다"며 "차후 문제점들이 나왔을 때 정부가 신속하게 법 개정을 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성남시 넥슨 본사.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경기도 성남시 넥슨 본사. [연합뉴스 제공=뉴스퀘스트]

정부의 이번 정보 공개 방침과 관련해 유저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게임사는 넥슨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누락하고 거짓으로 알려 지난 1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받았다. 

또 지난 19일에는 해당 게임 이용자 508명이 손해배상청구 및 환불소송 소장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넥슨은 논란된 확률형 아이템 판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유저들의 대거 이탈 현상을 막지못하면서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우에무라 시로 넥슨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8일 컨퍼런스콜에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에 제재를 내린 소식은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확률형 아이템 판매 중단이라는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연이은 저작권 소송 제기...환불 요구, 유저 이탈 일어나기도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엔씨소프트 제공=뉴스퀘스트]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와 더불어 엔씨소프트는 지난 22일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게임 저작권 문제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게임 표절'이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엔씨소프트가 소송을 제기한 게임은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배급을 맡은 '롬'이다. 롬은 지난달 23~25일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달 27일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롬의 게임 콘셉트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연출 등이 리니지W의 종합적인 시스템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23일 기준 카카오게임즈와 레드랩게임즈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가운데, 소송 결과에 따라서 게임 서비스 중단이라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어 동종 게임 장르의 개발사와 배급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엔씨소프트가 웹젠 'R2M'을 상대로 제기한 '리니지M' 표절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R2M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선전, 광고, 배포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으나 웹젠이 항소의사를 밝히며 R2M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업계에선 서비스 중단시 유저들의 대거 이탈이 오는 만큼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웹젠도 1심 패소 후 R2M 서비스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이용자들이 "환불해달라", "과금안한다"는 글들을 올리기도 했다.

다크앤다커 이미지. [아이언메이스 제공=뉴스퀘스트]
다크앤다커 이미지. [아이언메이스 제공=뉴스퀘스트]

'저작권 침해'에서 가장 큰 타격은 '표절 딱지'다. 법원 판결과 별개로 유저들 사이에서 표절 게임이라고 판명이 나면 이용자들의 대규모 이탈 현상과 환불 요구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다. 넥슨 측은 퇴사한 직원들이 비공개로 진행하던 '프로젝트P3' 속 소스코드와 데이터 등을 이용해 '다크앤다커'를 만들었다며 배포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언메이스 측은 넥슨이 일방적인 주장으로 영업을 방해한다며 영업 금지 방해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난 1월 26일 양측의 가처분을 기각했으나, 국내 게임 유저 사이에선 '표절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플레이를 중단하는 일이 대거 발생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를 즐겨하는 남성 유저 장모씨(28)는 "법적 차원을 떠나서 게임 팬들은 어떤 부분에서 표절 의혹이 있는지 대체로 알 수 있다"며 "표절 의혹을 받은 게임사가 확실한 소명을 하고 의혹을 불식시키기 전까지는 해당 게임 플레이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MMORPG 장르는 여러 명이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게임이 표절 딱지를 얻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게임사들도 저작권 문제에서 최대한 시비가 없게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강도 높은 '혁신' 요구 받은 게임사들...유저들 불신 극복하는 계기될까

지난해 10월 16일 '지스타 2023' 개막식 첫날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뉴스퀘스트]
지난해 10월 16일 '지스타 2023' 개막식 첫날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뉴스퀘스트]

유저들은  최근 연이은 소송과 정부의 게임 규제안 등이 게임사들의 기존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메이플스토리 관련 단체 민사 소송에 참여한 서대근씨는 "게임 소비자들이 일반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자와 같은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좋겠다"며 "게임사들이 더 유저 친화적으로 게임을 운영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을 즐겨하는 남성 유저 박모씨(31) 또한 "유저 입장에선 확률형 아이템 공개 의무화를 통해 자신이 돈을 주고 구매하는 제품의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좋다"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게임사들과 유저들간의 불신이 계속 쌓여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해소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현재 게임사들의 입장에서는 유저들의 반응, BM구조, 저작권 등 신경쓸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부분들을 충분히 개선하면 지금 위기가 향후에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게임사들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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