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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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다.

며칠만 지나면 우리는 메신저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주고 받거나 첫 출근 인사로 똑같은 덕담을 나누게 될 것이다.

덕담이긴 하지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품은 적이 있을 법하다.

과연, 올해 나에게 복이 올까? 더 나아가 나는 운이 좋은 놈인가 나쁜 놈인가? 혹은 내가 이번에 이러한 결과를 낸 것은 내가 진짜 노력해서인가? 아니면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인가?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이 운이 성공의 꽤 많은 부분을 담보한다고도 한다.

같은 말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운이 올 수밖에 없었다라고도 풀이한다.

더 나아가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공이 운인가 노력인가 혹은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아니면 전략의 결과물일까?'를 놓고 많은 경영학자들이 고민하기도 한다.

연말연시, 새해의 운을 빌어주기 바쁜 이 시기에 운에 대한 조금의 힌트라도 얻기 위해 마이클 모부신의 얘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마이클 모부신은 행동경제학자라기보다는 경제학자이면서 전문 투자자로서 행동재무학 전문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마이클 모부신이 낸 책을 보면 운과 실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한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성공에 대해 스토리라는 요소도 매우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몇 번 소개했던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교수와도 맞닿는 부분이다.)

그만큼 경영, 투자 분야에서 누구보다 운과 실력이라는 주제로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학자 중 한 명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는 운과 실력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본다.

왼쪽 끝에는 운이 있고, 오른쪽 끝에는 실력이 있는 하나의 긴 막대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왼쪽 끝은 실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순전히 운에 의해 좌우되는 활동들로 복권이 이에 해당될 수 있겠다.

대부분의 살아가며 생기는 일들은 이 막대 중간 어디 쯤에 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운과 실력 스펙트럼’에 위치한 활동들은 어떤 특성을 지녔을까?

가장 중요한 특성은 표본 크기로 설명할 수 있다.

운이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활동들은 표본 크기가 작아도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바꾸어 말하면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낼 수 있는 활동들이다.

예를 들면, 세계 정상급의 단거리 선수는 아마추어와 겨루면 언제든지 승리하므로 표본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다.

반면에 운이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끼치는 활동은 표본 크기가 커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프로 포커 게임 선수들과 아마추어랑 게임을 하면 운이 좋을 때 아마추어도 포커 선수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거듭되게 되면, 즉 표본이 커지게 되면 결국 프로선수의 우세가 확실하게 드러난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운이 영향을 끼칠수록 평균회귀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마이클 모부신의 얘기에 개인적으로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은 기업에 대한 분석이다.

경영자 대부분은 자신의 기업이 성공하기를 바라므로 성공한 기업을 관찰해서 모방하는, 이른 바 '성공방정식'을 쓴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책들 대부분은 실적 면에서 성공한 기업들을 찾아내고, 성공 요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손쉽게 제시해주는 패턴을 따른다.

하지만 마이클 모부신은 여러 연구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책은 대부분 쓸모없다고 얘기한다.

우선, 성공 요소와 성공과의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실제로 운이 좋아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하게 포장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와 관련 있는 것으로 성공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하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은 분석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때, 과소표집의 오류 (undersampling fallacy)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자면 비교 대상이 될만한 조건을 갖춘 기업들이 똑같은 전략을 실행했는데, 이 중 성공한 기업이 몇 개이고 실패한 기업이 몇 개인지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야 옳다.

가령 두 기업이 똑같은 전략을 실행하더라도 하나는 운이 좋아서 성공하고 하나는 운이 나빠서 실패했다고 했을 때, 실적을 기준으로 기업을 분석하면 실패한 기업은 배제되므로 우리는 전략 때문에 성공했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운은 전혀 중요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실력의 역설을 소개할까 한다.

실력의 역설 (Paradox of skill)은 실력이 향상되어 성적이 안정되면 운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941년 테드윌러엄스가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현상을 스티븐 제이굴드라는 유명한 고생물학자가 '실력의 역설'로 설명했다.

쉽게 말하면 모든 선수의 실력이 향상되었으므로 실력이 타율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과거보다 감소했다.

따라서, 운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하나 더 마라톤을 예를 들어보자.

1932년과 2008년 기록을 비교했을 때, 세계 기록은 약 25분 단축되었다. 하지만 동 기간 1위와 20위간 차이는 40분에서 9분 차이로 확 좁혀졌다.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모든 사람의 실력이 향상되었으므로 과거보다 운이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앞서 스포츠를 예를 들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정보는 공개되고, 방법은 공유하며, 경쟁은 치열해진다.

예전부터 쭉 하는 말처럼 우선은 실력을 쌓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실력만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실력의 역설에서 말해 주듯이 운도 역시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왜?

실력이 향상되어 대부분 비슷해졌으니까.

따라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운을 빌어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유효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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