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지정 1년~한 달 전까지도 토지거래 급증..."사전정보 유출 가능성 크다"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 시흥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묘목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 시흥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묘목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광명 시흥과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등 3기 신도시 로 지정된 6개 지역의 토지 거래량이 신도시 발표 직전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상황이다.

특히 3기 신도시 발표 직전까지 예상지역으로 거론되지 않은 곳까지 거래량이 크게 늘었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확실한 정보 없이는 매입하기는 어려운 지역이라며 사전 정보 유출을 확신했다.

◇ 의외의 신도시 '인천 계양', 지정 한달전 거래량 급증

10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1월 인천 계양구의 순수토지(건축물 제외) 거래량(매매·증여·교환·판결 포함)은 336필지(건)로,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월간 평균 거래량(약 78필지)보다 4배가 넘는 규모다.

아니나다를까 한 달 뒤인 2018년 12월 국토교통부는 인천 계양구 동양동·박촌동·귤현동·상야동 333만㎡에 1만7000가구, 3만9000명을 수용하는 신도시(계양테크노밸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신도시 발표를 불과 한 달 앞두고 거래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당시 계양테크노밸리의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해 의외였다는 반응이었다.

계양테크노밸리는 원래 산업단지와 접목한 주택단지를 조성하는 인천시 자체 사업으로 추진된 데다, 3기 신도시 선정을 앞두고 광명 시흥,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이 다른 지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하남 교산·남양주 왕숙, 발표 직전까지 난리

3기 신도시의 알짜로 거론되는 하남 교산과 남양주 왕숙의 토지 거래량도 신도시 지정을 앞두고 심상치 않았다.

하남시의 순수토지 거래량은 하남교산 3기 신도시 발표가 있었던 2018년 12월 472필지를 기록해 전달(228필지) 대비 확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남양주의 경우에도 신도시 발표가 있기 1년 전인 2017년 12월 1321필지로 당시 월간 역대 최다 거래량을 기록했고, 발표가 있던 2018년 12월 직전까지 네 차례나 월간 거래량이 1000필지를 넘겼다.

정부가 2019년 5월 2차로 발표한 3기 신도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고양 창릉이 있는 고양시 덕양구는 2019년 1~4월 100~200필지의 거래량을 보이다가 신도시 발표가 있던 같은 해 5월 300건대로 급증했다.

대장 신도시가 발표된 부천은 2018년에 월간 평균 108필지의 토지 거래량을 보였고, 이듬해에도 100필지 안팎의 거래량을 이어가다가 신도시 발표 2개월 전인 3월에 223필지를 기록했다.

9일 오후 경기 광명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후 경기 광명 LH 광명시흥사업본부에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가 'LH임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광명 시흥서 결국 '사달'났다

3기 신도시들의 이 같은 사전 정보 유출은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가 포착된 광명 시흥에서 꼬리가 잡혔다.

지난 24일 여섯 번째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 시흥지구는 LH 직원들이 땅을 매입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들썩였다.

광명시 순수토지 거래량은 2016년(893필지)까지도 1000 필지를 밑돌았었는데 2017년 1036필지, 2018년 1665필지, 2019년 1715필지, 2020년 2520필지로 급증세를 보였다.

꾸준하게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된 시흥시 순수토지 거래량은 2017년 9243필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거래는 작년 8월 이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지난달 2·4 대책이 나오기 직전 3개월(작년 11월~올해 1월)간 30건(약 12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편, 정부는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LH 직원들의 2013년 12월 이후의 토지 거래를 조사하고 있다.

신도시 지정 발표에 앞서 계획적으로 내부 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지구 지정 제안 시점부터의 거래를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다. 또 3기 신도시 인근 지역으로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지는 액수가 크고 자금이 장기간 묶이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 없이 매입하기 쉽지 않다"라며 "특정 시점에 토지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면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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