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개혁연합 "미국 내 철강가격 150% 상승, 일자리 7만개 이상 줄어"
바이든, '대중국 기조'에 쉽사리 철폐 결단 못 내려...타이 USTR 대표 "일단 유지"

[사진=AFP연합뉴스, 백악관 홈페이지]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4년 내내 무역전쟁을 일으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업적으로 삼은 무역전쟁 잔재의 중심에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있다. 이는 특정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미 정부가 판단하면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활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해 현지 산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조항이 가뜩이나 어려운 미국 경제를 더 퇴화하게 만들고 있다며 잇따라 관세 폐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29일 한국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관세개혁연합(Tariff Reform Coalition)은 최근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린 관세 조치가 '비효율적', 그리고 '자멸적'이라고 주장했다.

관세개혁연합은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를 비롯해 자동차정책협의회, 전국농협협의회, 미국금속제조업체연합, 전국소매연맹 등 미국 내 37개 단체로 구성됐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곳은 철강업계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 법에 따라 수입산 철강에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우리나라는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에 한국의 대미 수출은 2017 약 37억달러(4조1884억원)에서 2019년 30억달러(3조3960억원)로 주저앉았다.

피해를 입은 곳은 수입처 뿐만이 아니었다.

관세개혁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미국 내 철강 가격은 150% 상승, 현재 미국산 철강 가격은 글로벌 평균치보다 68%가 높아졌다며 232조가 역효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9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내놓은 연구 결과를 인용해 철강에 대한 232조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약 7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연합체는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의 잔재인 해당 조항을 철폐해 하루 빨리 미국 내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를 폐지해야 한다"며 "글로벌 과잉 생산에 대응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적법하다고 인정되는 반덤핑 및 상계 관세 등을 활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금속제조 및 수요업체연합(CAMMU)도 러먼도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232조 관세 부과 이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은 원하는 철강재를 제때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없게 됐다"며 법안 철폐를 요청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중 고율 관세를 없애달라는 얘기도 듣고,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동맹국들과의 무역분쟁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들었던 트럼프와 달리, 충분한 협의를 통상정책의 기본으로 삼겠다던 바이든이 업계의 요청을 쉽사리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제조·철강업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업을 되살리고 관련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바이든의 셈법은 연합체의 '일자리 감소' 주장에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조항은 미국의 대중국 기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철폐 조치가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232조를 없애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갑자기 철회하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기존 관세를 일단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타이 대표는 구체적인 관세법 조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의 요청이 빗발칠 때 나온 발언이어서 사실상 관세법 232조를 겨낭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타이 대표는 "(최근 업계로부터) 그냥 관세를 '없애 달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경제 주체들이 적응할 수 있게 소통하면서 변화를 유도하지 않으면 관세 철회가 경제에 해가 될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은 중국과 향후 무역 협상에 열린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NFTC의 루퍼스 예사 회장은 업계의 입장을 바이든 정부에 전달하고, 타이 대표 뿐만 아니라 지나 러만도 상무부 장관,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FC) 위원장에게도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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