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키옥시아 200억달러 인수설 등장...AMD·엔비디아도 외부 시너지 찾기에 총력
美·中 등 관계국 반독점 규제 변수..삼성, 시장 혼란 속 반도체 왕좌 지켜낼지 주목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일본 키옥시아의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산업 중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한 인텔의 미 오리건주 공장. [사진=인텔]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25.1%에 달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고성장세가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예상 매출액도 713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예견에 화답하듯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이라는 카드를 꺼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뒤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조 단위 M&A의 연속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낸드플래시 기업 웨스턴디지털(WD)이 일본 키옥시아를 200억달러(약 23조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M&A 안건은 이르면 9월 중순에 타결될 예정이며, WD는 자사주와 키옥시아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합병대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조사기관 모닝스타의 윌리엄 커윈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거래는 빠르게 통합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어'이자 신중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반도체 기업들은 제조사와 설계사를 불문하고 잇따라 맞손을 잡는 분위기다.

미 반도체 업체 AMD는 최근 약 350억달러(약 40조원)를 들여 FPGA(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칩) 개발사 자일링시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뒤, 현재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미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사 ARM을 일본 소프트팽크로부터 400억달러(46조8000억원)를 사들이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아날로그디바이시스도 최근 경쟁사 MIP(맥심인티그레이티드프로덕츠)를 200억달러(약 23조원)에 품기로 결정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원)에 사들이기로 발표하고 현재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 8일 일본 키옥시아 직원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출입박람회에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 시장 재편 불가피...'반독점 규제'는 변수

M&A 행보가 잦아지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반도체 성장세에 기여하고 있는 메모리 산업에서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WSJ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 33.4%로 1위를 지키고 있다. 만약 2위 키옥시아(18.4%)와 WD(14.2%)가 힘을 합치게 될 시 왕좌가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커윈 애널리스트는 "낸드 시장의 주축이 대략 3개사로 압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D램 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강 체제로 굳혀진 것처럼, 낸드플래시도 재편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대규모 M&A는 반독점 조사에 칼을 뽑은 국가들이 규제에 나서며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로이터통신은 "독점에 대한 우려와 미·중 간의 무역갈등은 지난 몇 년 동안 (반도체 업계들의) 거래를 방해했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의 퀄컴은 지난 2018년 440억달러(51조원) 규모로 NXP 인수를 추진했지만, 독점 문제를 제기한 중국의 승인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도 영국 규제당국이 국가 안보 및 독점 우려를 제기하며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영국과 중국 등 관계국의 승인 심사가 늦어지며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국내 기업들은 자력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면서 지금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은 반도체 등 전략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까지 총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당시 삼성이 투자금 중 일부를 M&A 추진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삼성의 새로운 파트너로 어떤 기업이 낙점될지 시장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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