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보안기업 사이벨럼 인수 후 경영권 확보...LG마그나·ZKW도 강세 유지
사업 다변화로 흑자 기대감 솔솔...반도체 등 수익성 압박 요인 완화돼야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자동차 전자장비(이하 전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잇따라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있다.

이 기세에 힘입어 LG전자의 전장사업이 5년 간의 적자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말을 기점으로 흑자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 빨라지는 '몸집 키우기'

LG전자가 전장사업에 거는 기대는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흐름이 빨라지고 미래차 개발이 활발해진 만큼,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며 인수·합병(M&A) 승부수를 내걸고 있다.

최근 업계의 관심을 모은 것은 LG전자의 '자동차 보안 역량' 확보다. LG전자가 이스라엘의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 '사이벨럼'의 지분 63.9%를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

사이벨럼의 기업가치는 1억4000만달러(약 1645억원) 규모로, LG전자가 확보한 지분가치는 8946만달러(약 1060억원)다. 이번 인수로 사이벨럼의 경영권은 LG전자가 갖게 됐다.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텔레매틱스 등이 탑재된 커넥티드 카의 보안체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기반으로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사업 경쟁력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보안은 전기차에게 있어 예민한 문제다. 올 초 테슬라는 중국 정부로부터 차량 카메라·센서가 운전자의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의혹을 받고 난항을 겪어야 했다.

LG전자는 지난 7월 1일 캐나다 전장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설립한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LG마그나)를 공식 출범하기도 했다.

이 합작사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의 유력한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조명기업 ZKW를 인수했다. 인수금액은 11억유로(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의 전장 자회사가 된 ZKW는 최근 실리콘 오스트리아 연구소와 에바텍, EV그룹, TDK 일렉스토닉스와 함께 자율주행의 안전성을 높일 '마이크로 미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미러는 미세 전자기계 시스템을 활용해 차량용 조명에 사용되는 레이저 빔의 정확도를 높여줄 기술이다. 거리 측정을 위해 전조등·후미등에 적용되기도 한다.

ZKW는 최근 멕시코 소재 공장 부지 면적을 2배 이상 늘려 생산라인을 증설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향후 3년 물량도 이미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벨럼은 2016년 설립된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으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있는 '멀티 플랫폼 분석 도구'를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사진=사이벨럼 홍보영상 갈무리]

◇ LG표 전장, 드디어 날개 펼치나

과감한 투자가 곧 장밋빛 미래를 뜻하는 것은 아니나, 업계는 LG전자가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전장사업이 조만간 적자 행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본부는 2013년 설립된 이후 성장 가능성을 보였지만 최근까지 적자 행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VS본부는 2016년을 시작으로, 2017년 1069억원, 2018년 1198억원, 2019년 1949억원, 2020년 3675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쌓아왔다.

전장 사업이 지난 7월 공식 철수한 모바일 사업처럼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진 이유다.

다만 최근 LG전자가 전장 사업을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차량용 조명, 인포테인먼트 등 3가지 분야로 세분화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한 만큼, 올해 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

VS본부는 지금까지 인포테인먼트 사업에 전적으로 의지해왔지만, 최근 부품 부문 매출을 확대하는 데 성공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대한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다만 VS본부가 흑자전환에 돌입하기 위해서 완성차 기업들의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 여파로 3분기에도 차량 생산을 줄이면서, 전장사업이 업계의 기대만큼 기지개를 키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원자재·반도체 등 수익성 압박 요인의 완화 여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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