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통신 등 핵심산업 겨냥...금융기관 제재로 90여개 기관 영향권
유럽연합·영국·캐나다 등 동맹국도 동참...전방위 고립 전략 쏟아져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광장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선언했고, 이와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이 관측됐다. [워싱턴DC 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면전을 선택한 가운데 미국이 강력한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단계적 압박을 본격화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연합(EU) 등도 제재 대열에 합류하면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번 전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택했고, 침공은 결코 묵인될 수 없다"라며 "침략자 푸틴은 국제 무대에서 왕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힐 추가 제재안을 공개했다. 이번 제재안은 주요 7개국(G7) 및 EU 동맹과 협의해 도출한 것이다.

추가 제재안의 핵심은 주요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반도체와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 항공우주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품목을 수출 통제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지도층 인사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세르게이 보리소비치 이바노프 러시아 연방 대통령 환경보호교통 전권 특별대표와 니콜라이 플라토노비치 파트루셰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 러시아 반국영 통합 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의 최고경영자 이고르 이바노비치 세친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베르방크와 VTB 등 두 은행을 비롯한 90여개 금융기관은 앞으로 미 금융 시스템을 통해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금융 기관들이 하루 평균 460억달러(약 55조4000억원) 규모의 외환 거래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가 미국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특수은행(PSB) 및 42개 자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려 서방과의 거래를 차단하기도 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1차 제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러시아의 추가 행위에 따라 단계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단계적 압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백악관은 추가 제재가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에 극심하고 즉각적인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하겠다"라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선택한 대가"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미 정부는 워싱턴DC 주재 러시아의 고위 외교관인 세르게이 트레펠코프 공사 참사관을 대상으로 추방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펠코프 참사관은 러시아 대사 바로 밑의 2인자다.

러시아가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 인사인 바트 고먼 부대사를 쫓아낸 데 따른 보복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동맹국의 압박도 거세지는 양상이다.

영국은 러시아 은행과 기업, 푸틴 대통령 측근 재벌 등을 겨냥한 제재를 단행했고, 캐나다는 항공우주와 정보기술(IT), 광업 분야에서 5억5000만달러(약 6600억원)에 달하는 물품의 수출 허가를 취소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 또한 금융뿐만 아니라 에너지 등 핵심 분야에서 수출 통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EU 내 러시아 자산 동결과, 러시아 은행의 금융시장 접근 차단 등을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EU는 이번 제재가 첨단 기술 부품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글로벌 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러시아의 기술적 지위를 약화하고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저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나누며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새벽 공개된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날 군·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137명이 나왔고, 부상자 또한 수백명이 넘는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러시아는 사람을 죽이고 평화로운 도시를 군사 표적으로 바꿔놓았다"라며 "더러운 짓이며,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긴장이 고조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폭격을 피해 시민들이 지하철로 피신한 모습. [키예프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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