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은 29년전 오늘 '마누라 빼고 다 바꾸자' 신경영 선언
12일간 네덜란드 등 방문...ASML과 반도체 장비 수급 논의할 듯
반도체 M&A 결단 내릴지 주목...NXP·인피니온·ARM 등 물망에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9주년인 그날을 맞아 떠나는 만큼, 이 부회장이 부친의 뜻을 이어 핵심 사업에서 어떤 '변화'를 꾀하고 돌아올지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 결단을 내리고 돌아올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이재용 부회장은 11시 45분경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 도착해 전세기편을 타고 유럽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약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으로,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18일까지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을 방문할 예정이다.

6월 7일은 삼성에게 있어 변화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날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출장 중 임원들을 불러 모아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며 미래 지향적인 시각과 대대적인 질적 개선을 요구했다.

신경영 선언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선언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에만 몰두했던 기업 문화가 개선돼 지금의 삼성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날 유럽 출장에 올랐다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은 출장 중 상당한 시간을 관련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데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일환으로 네덜란드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반도체 기술을 확보해 세계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차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EUV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로 꼽히는 만큼 이번 출장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방문 중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동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에도 ASML 본사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번 유럽 출장을 계기로 대형 M&A가 탄력을 받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은 미래 먹거리 육성 계획이 담긴 45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가운데 약 90조원을 해외에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금은 삼성이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 M&A를 추진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해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M&A 후보로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ARM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ARM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현재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히고 있다.

당초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게 ARM을 약 50조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와 영국 정부의 국가안보 우려로 무산된 상황이다.

다만 이 부회장은 출국 전 M&A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고 "잘 다녀오겠다"며 출장길에 올랐다.

한편 삼성SDI의 최윤호 사장도 이날 이 부회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항공센터를 찾았지만, 이번 유럽 출장 일정 전체를 함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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