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정체기 맞을 것으로 예상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 PF 등 각종 위험 요소 산재
전통적인 금융 산업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업모델 구축 필요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저성장으로 인해 금융 산업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2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저성장으로 인해 금융 산업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 등으로 4대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으로 발표됐지만, 내년 전망은 밝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 세계적으로 요동치고 있는 물가상승(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강세의 여파로 인해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침체가 예상되면서 금융 산업도 ‘성장’에서 ‘정체’로 분위기가 안 좋게 흐를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 회사채 판매 둔화 등의 여파로 증권업부터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어 부정적인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 우리나라 경제에 드리워진 ‘3고(高) 1저(低)’ 위기

26일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정중호)는 ‘2023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저성장이라는 ‘3고(高) 1저(低)’ 환경 속에서 내년 금융 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하락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은행업은 성장률 둔화가 크지 않겠지만, 비은행업은 올해와 비교했을 때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 PF 등 취약 부문의 부실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 측 주장이다.

업권별 세부 내용을 보면 먼저 은행업은 대출증가율의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작년과 올해 대출성장률은 각각 8.2%, 5.3%였는데 내년에는 4.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대출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둔화되고, 투자수요 감소로 신용대출이 감소하면서 올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다만 기업대출은 소호대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시설자금 수요 증가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은행권 순이자마진(NIM) 개선은 지속되겠으나,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음으로 증권업은 내년에도 증시 침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브로커리지 부문 부진이 계속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IB부문 회복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채무보증이 급증한 부동산 PF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며 “증권사들이 안정적인 수수료 창출을 위해 자산관리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보험업은 경기둔화에 따른 보험 수요 위축으로 낮은 성장률이 예상됐다. 생명보험은 금리상승기 채권매매수익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투자손익이 정체되고, 손해보험도 사회적 이동 증가에 따른 손해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전업의 경우 경기둔화로 성장성이 정체되는 가운데 조달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로 카드결제와 리스·할부 성장이 정체되고, 여전채 조달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PF 규모가 커진 캐피탈사의 건전성과 여전채 시장의 수급 악화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도 우려되므로 대비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내년 금융 산업은 경기 둔화로 성장성이 정체되고 조달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며 “따라서 무리한 성장보다는 내실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동산 PF 대출 관련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부동산 PF 대출 관련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건전성 악화 대비하고, 새로워지는 금융 환경 변화 적응해야

이처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년 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는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11년 916조원에서 올해 6월 1896조원으로 약 2배 증가했다.

한계기업은 2011년 2064곳에서 올해 6월 3572곳으로 크게 늘었고, 부동산 PF도 2011년 51조원에서 올해 6월 112조원으로 2배 넘게 늘어난 상황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금융 취약계층과 자영업 다중채무자, 지방 건설사업장 등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10년 동안 건전성이 하향 안정화됐으나, 2023년은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금융 지원으로 건전성에 대한 착시 효과가 더욱 심화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정부의 금융규제혁신정책에 따라 금융 산업의 구조개편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 카드에 이어 예금, 보험의 플랫폼 중개가 허용되면서 빅테크와 금융회사의 경쟁이 심화되고, 금융 산업의 제판분리도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이다.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 관련 규제 완화에 따라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디지털 자산·헬스케어 등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은 위기 대응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제판분리, 업무범위 확대 등 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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