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차·LG·롯데, ‘확대경영회의’서 하반기 사업 방향 재정비

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17일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양수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그룹의 수뇌부가 한자리에 모여 올 하반기 경영전략을 논의한다. 매년 6~7월 진행되는 정기회의의 일환으로 진행되지만 올해는 전세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개최를 앞두고 있어 미중 패권 갈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 해법을 찾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하반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대내외 경영 환경 점검과 하반기 시장 변화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재계가 1060조원 투자 계획을 쏟아낸 상황에서 1년 만에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방향키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삼성전자의 국내외 주요 임원급들은 이달 하순 온·오프라인으로 모여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별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임직원이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로 진행된다.

한종희 부회장이 주재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20~22일 개최된다. 내달 공개예정인 갤럭시Z 폴드5·플립5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 침체로 극심한 부진을 겪는 가전 부문 경쟁력 강화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7년 만에 적자를 내고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900억원에 그쳤다. 이에 최근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주요 7개 가전 법인에 본사 인력을 파견해 현장 지원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이 주도하는 DS(반도체) 부문은 20일로 예정돼 있다. 올해 초 메모리 감산 선언에 따른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 인텔의 사파이어래피즈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등 호재를 점검하고 ‘반도체 한파’를 넘을 위기 극복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실적이 하반기부터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직접적인 실적 개선은 연말 이후가 되어야 회복될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은 하지 않고 향후 사업 전략 등 회의 결과를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대응책 모색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지만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SK그룹은 오는 15일 최태원 회장과 주요 관계사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3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SK 확대경영회의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 세미나’와 함께 그룹 최고 경영진이 모여 향후 전략을 논의하는 3대 연례회의 중 하나다. SK그룹 역시 반도체 적자 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최 회장은 확대경영회의에서 ‘SK 경영시스템 2.0’이라는 화두를 던진 바 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복합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 가치 극대화와 직결되는 혁신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침체에 빠진 반도체 산업 등을 점검하고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나설 예정이다. 또 배터리와 바이오 등 그룹 미래 신성장산업의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ESG 경영과 파이낸셜 스토리 진행 상황 등도 챙길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7월 한국에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 권역별 전략과 글로벌 전체 전략을 점검해 왔다. 아직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방침을 비롯해 전동화 모델 현지 생산 계획과 인센티브 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이미 지난달 8일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상반기 전략보고회를 진행했다. 구광모 회장 주재로 열린 이번 전략보고회는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해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한 분석,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등 중장기 전략 방향과 실행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한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오는 7월 하반기 경영전략 모색을 위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이 참석해 그룹 경영계획과 중장기 전략의 실행 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 회장이 최근 한‧일 양국에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한 롯데그룹 ‘미래성장TF’ 조직의 역할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글로벌 복합 위기가 확산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보니 올해 주요 그룹들의 하반기 전략회의에서는 위기 해법이 화두가 될 것 같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총수들 역시 경기 침체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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