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까지 4.1조원 투자해 OLED 생산 고도화
국가첨단산업 투자 '물꼬'...정부도 지원사격 나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 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삼성이 60조원 규모의 지역균형 발전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첫 투자처로는 디스플레이를 낙점했다. 삼성은 4조원 이상을 투입해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생산하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자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이번 투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이행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삼성을 비롯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학계, 연구기관 등은 충남 지역에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육성하는 등 비전을 함께 펼치기로 약속했다.

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신규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박경귀 아산시장을 비롯해 협력업체, 학계, 연구계 인사 2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6년까지 8.6세대 IT용 OLED 생산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이어 또 다른 OLED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2007년 스마트폰용 OLED 양산에 성공했고, 현재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삼성이 지난달 발표한 지역균형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은 향후 10년간 충청·경남·호남에 있는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약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은 신규 투자를 통해 노트북과 태블릿용 OLED에서 기술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했다. IT용 유리 기판을 6세대급(1.5mx1.8m)에서 8.6세대급(2.25mx2.6m)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원장(마더 글라스)으로 불리는 유리 기판을 기반으로 생산된다. 원장 면적이 확대될 수록 패널 생산량은 증가한다. 

이번 투자는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건설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만6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와, 충남 아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이 주도했지만,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에게 지난 2021년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의 경우 기술과 투자에서 모두 실기하면서 '한중일 디스플레이 삼국지'에서 뒤처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이번 투자는 국가별 기준으로 중국에 뒤처진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한 차원 더 높이 재도약 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정부가 국가첨단산업 육성 및 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을 통해 지정한 '6대 첨단산업' 중 디스플레이에서 처음으로 민관협력을 통한 투자가 물꼬를 텄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디스플레이 분야에 선제 투자하고 산·학·연·관의 협력을 통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충남 아산과 천안에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이 '팀코리아'로 힘을 합쳐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탈환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국내 디스플레이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 기술 개발과 제조혁신, 물품대금 조기 지급 지원 등 상생협력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OLED 생산기술 혁신과 응용제품 개발에 42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기업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등 지원에 나선다. 맞춤형 인재 양성도 추진한다.

충청남도와 아산시 또한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가 예정대로 완료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인허가 진행을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 글로벌 IT 기업들이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대량 해고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며 "민간 투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정부와, 미래에 더 큰 기회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결정한 삼성의 노력은 한국 경제 전반의 자신감과 국내 투자 의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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