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아직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구입 수요가 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6월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재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월 말 기준 1068조 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액 기준으로만 봤을 때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 번 사상 최대를 돌파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전달 대비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4월(2조 3000억원) 증가세로 전환한 후 5월(4조 2000억원), 6월(5조 8000억원), 7월(6조원) 넉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7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 4000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주담대 증가 폭은 2020년 2월(7조 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였던 지난 6월(6조 9000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큰 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담대는 올해 들어 2월(-3000억원) 반짝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은 지난 6월(1000억원) 반짝 증가했다가 7월(-2000억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세자금대출은 올해 6월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용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에 따른 둔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7월(-100억원)에도 감소했다.

다만,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 수요 등으로 감소 폭은 6월(-1조 200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7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 4000억원 증가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대출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이 5조 6000억원 늘어 전월(6조 4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제2금융권(-4000억원)의 주담대는 감소했지만 은행권(6조원)은 증가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000억원 감소해 전월(-2조 9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둔화됐다.

금융당국은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하반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최근 주택 거래량 회복으로 4월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 금융업권별로 주담대 및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 이세훈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 가계부채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계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7월 말 기업대출 잔액(1218조 7000억원)은 한 달 새 8조 7000억원 증가했다.

계절 요인에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가 더해지면서 증가 규모는 5월(7조 8000억원)이나 6월(5조 5000억원)보다 커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3조 8000억원, 4조 9000억원(개인사업자 1조 5000억원 포함) 증가했다.

예금은행의 7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28조 4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23조 1000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가계자금을 중심으로 12조 3000억원 증가했으며, 증가 폭은 6월(4조 4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대폭 확대됐다.

윤옥자 차장은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 결제성 자금확보 등을 위한 기업예금 확대라는 전월의 계절적 증가 요인이 소멸하고,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자금이 유출되면서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36조 6000억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