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부동산 PF·홍콩H지수 ELS 손실 등 수익 저하 요소 산재
전 세계 경기 불확실성 장기화되면서 올해 실적 방향성 ‘불투명’
일각에선 선제적 대응으로 타 업종보단 양호한 수준 시현 전망

고금리 기조 아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온 은행권이 상생금융 확대, 부동산 PF 부실 문제, 홍콩H지수 ESL 손실 등의 영향으로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기조 아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온 은행권이 상생금융 확대, 부동산 PF 부실 문제, 홍콩H지수 ESL 손실 등의 영향으로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 내에 올해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은행업이 올해에도 전반적인 호황기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은행권의 판단은 다르다.

은행 실적 상승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고금리’ 기조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고, 상생금융·부동산 PF·홍콩H지수 ELS 손실 등 대처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이달 말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실적의 경우 은행별로 시행한 각종 상생금융 지원 비용이 반영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은행연합회와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상생금융차원에서 ‘2조원+α’의 민생금융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새해 들어 ▲KB국민은행 3721억원 ▲하나은행 3557억원 ▲신한은행 3067억원 ▲우리은행 2758억원(지원액 순) 등 구체적인 이자 캐시백 규모까지 연이어 공개했다.

각 은행별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생금융 비용 지출만으로도 약 10% 수준의 손실이 불가피한 셈이다.

다만, 은행들은 상생금융 비용을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일정 비율로 나눠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타비용 등에 해당할 수 있는 상생금융은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 저하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여전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강화를 당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일회성 비용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4분기 커버리지 합산 은행들의 지배주주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생금융 비용을 비롯한 각종 요인 등으로 은행들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2조65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22.9%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은행업종의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보다 11.5%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진 하락세 지속과 각종 비용 집행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올해 실적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부동산 PF 부실’ 문제다.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부동산PF 관련 리스크가 노출된 은행들을 중심으로 선제적 대손충당급 적립 기조가 확산될 경우 수익성은 낮아지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보험, 카드 등 다른 분야보다는 시중은행들의 건전성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건설 경기 불황의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추가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문제도 은행권 입장에서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KB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시행할 정도로 한도관리 미흡, 법규 위반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문제와 관련해 금융소비자가 ‘자기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일부 부적절한 핵심성과지표(KPI) 산정 등의 문제는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떻게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배상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손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은행권을 둘러싼 각종 불안 요소가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절대적인 원화대출금이 주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비롯해 과거보다 높아진 체력(선제적 대손충당금 적립, 향상된 연체율 관리 능력, 안정적인 BIS비율 등)을 바탕으로 타 업종 대비 상대적 이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로 협력업체 연쇄 부실화 등이 당장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진데다 ELS 관련 우려도 다소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우려 요인은 이미 상당부분 주가에 기반영된 상태”라며 “4분기 실적 바닥과 2024년 증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2월초 어닝시즌을 겨냥한 은행주 비중확대에 나설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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