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보호 부실·불완전판매 등으로 분쟁조정안 제시
수조원에 달하는 손실 규모에 금융회사별 실적 부담 작용 전망
일회성 요인,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에 따라 주주환원 영향은 적을 듯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기준안이 발표된 후 은행, 증권사에 대한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주주환원 정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기준안이 발표된 후 은행, 증권사에 대한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증권업계는 주주환원 정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 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최근 금융당국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배상 기준안을 발표한 후 은행, 증권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불완전판매를 비롯해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 실태 부실 등 상품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기업들에 대한 책임을 못 박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별·고객별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인 배상 규모는 책정하기 어렵지만, 최대 1조원에서 최소 50억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번 배상 기준안이 주주환원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분쟁조정안 기준은 기본배상비율, 공통가중, 가산·차감항목 등으로 구성됐고, 투자자의 경험과 목적, 투자규모 등에 따라 배상비율이 차등 적용된다.

기본배상비율은 정해져 있지만, 투자자별 가산·차감 항목을 추정할 수 없어 판매사별 배상 규모는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구체적인 배상 규모 산출은 어렵지만,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의 손실 확정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비용 부담은 상반기 만기 도래액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홍콩 H지수가 기초자산에 포함된 ELS의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 ▲1분기 3조 8000억원 ▲2분기 6조원 ▲3분기 3조 1000억원 ▲4분기 3조 7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가나다 순) 등 4대 시중은행 기준으로는 상반기 6조9000억원, 하반기에 3조6000억원이 만기 도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강승건 연구원은 “배상 비율이 20%인 경우 8112억원, 40%인 경우 1조 6224억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금융회사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또 금융기관의 금융상품 판매가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은행의 비이자이익과 증권의 자산관리(WM) 부문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홍콩 ELS 사태가 이미 작년부터 시장에 알려졌고, 일회성 요인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은행주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큰 KB금융지주만 봤을 때 연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3조 100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충당금 부담이 지난해보다 유의미하게 줄어든다면 ELS 손실 배상액 상당 부분은 충당금 감소로 상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즉, 그동안 충당금 지출로 잡혔던 금액이 배상금으로 활용될 경우 작년과 올해 재무 건전성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준섭 연구원은 “KB금융지주 외 다른 금융기업들은 배상 부담이 더 낮은 상황으로 이번 사안이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며 “배당금, 자사주 매입·소각 등 각사별 주주환원 규모가 감소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증권사의 경우 은행보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더 작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가나다 순) 등 5개 증권사의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배상액은 각각 1878억원, 437억원으로 추정됐다. 은행권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중심으로 배상안이 나올 것이란 기존 예상과 달리 증권사가 판매한 상품도 배상안에 포함됐기 때문에 증권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증권사의 배상액 규모는 은행권과 비교했을 때 훨씬 대비 작을 것”이라며 “ELS 발행물의 주요 인수자가 은행이고,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와 오프라인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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