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판매사 요인·투자자 고려요소·기타요인 등으로 배상비율 결정
이복현 원장 “합당한 보상 마련과 투자자 본인 책임 원칙 지키는데 초점”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해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11일 발표했다.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해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11일 발표했다.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예상 투자손실 비용만 무려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배상 기준안이 발표됐다.

판매사 요인·투자자 고려요소·기타요인 등을 따져봤을 때 불완전판매 등 판매금융사의 과실이 심각했을 경우 투자손실의 100%까지 배상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약 40만 계좌가 팔렸고,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에 따라 가능한 배상비율이 세밀하게 설계되면서 실제 배상금 지급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이번 홍콩 H지수 ELS의 투자자 손실 배상과 관련해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안에 따르면 판매금융사는 투자자의 손실에 대해 최저 0%에서 최대 100%까지 배상을 해야 한다.

배상비율을 정할 때는 ▲판매사 요인(최대 50%) ▲투자자 고려요소(± 45%포인트) ▲기타요인(±10%포인트) 등이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날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40만 계좌 전체를 확인한 상태는 아니지만, 일방 책임만 인정되면 투자손실의 100%를 배상해줘야 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다만, ELS는 정형화된 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기본적 판매절차 등도 갖춰져 평균 판매사들의 배상책임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ELS 판매사들이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을 위반했거나,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 20∼40%가 적용된다. 

특히 불완전판매를 유발한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또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인지, ELS 최초가입자인지 여부에 따라 최대 45%포인트를 가산하고, ELS 투자 경험과 금융 지식 수준에 따라 투자자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포인트를 차감할 예정이다.

이번 기준안에서 가능한 배상비율은 투자손실의 40~80%였던 DLF 사례보다 0~100%로 확대됐다. 

그러나 ELS는 DLF 등 사모펀드와 다른 공모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대중화·정형화된 상품이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금융상품 관련 소비자보호 규제나 절차가 대폭 강화된 만큼 평균 배상비율은 DLF 당시(50∼60%)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월 초부터 금감원은 두 달에 걸쳐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신한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실태 부실과 일부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 판매가 확인됐으며, 기준안에 이를 반영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홍콩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영업 목표를 상향하는 등 무리한 실적경쟁을 조장해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임의조정 하는 등 부실한 판매시스템 운영과 개발 판매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법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기관·임직원 제재, 과징금·과태료 등 엄중히 조치하기로 했다. 

다만, 해당 판매사의 고객 피해배상, 검사 지적사항 시정 등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과 절차에 따라 참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에서 열린 홍콩 H지수 연계 ELS 대규모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감원의 홍콩 ELS 배상비율 예시에 따르면,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은행에 방문했다가 ELS에 대한 은행원의 왜곡된 설명을 듣고 2500만원을 가입한 80대 J씨는 손실액의 75%가량을 배상받을 전망이다.

일단 이 투자자는 판매사 요인에선 설명의무 위반(일괄 기본배상비율 20%)과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이 적용돼 기본배상비율이 40% 적용된다.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공통가중(은행 영업점, 10%p)까지 더해지면 50%가 된다.

여기에 투자자별 가산 또는 차감 요인이 반영된다. 먼저 이 투자자는 가입 당시 초고령자(만 80세 이상)이면서 고령자 보호기준이 미준수 됐기 때문에 배상비율이 15%p 가산되고, 당초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은행에 방문했기 때문에 10%p 더 가산돼 총 배상비율이 75%까지 오르게 된다.

반면 배상비율이 0%인 사례도 언급됐다. 과거 ELS에 62회 가입한 경험이 있는 50대 중반의 남성 B씨는 2021년1월 은행에서 홍콩H지수 ELS에 가입했다. B씨는 은행원의 권유로 1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1월 만기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B씨는 그동안 ELS 투자로 얻은 누적 수익이 이번 홍콩H지수 ELS 손실을 초과했다.

B씨의 경우 설명의부 위반과 내부통제 부실 등 판매사 요인 배상비율은 35%로 책정됐다. 그러나 ELS 상품 가입 경험 62회(-10%포인트), 손실 경험 1회(-15%포인트), 가입급액 5000만~1억원 이하(-5%), ELS 누적이익이 금번 손실규모 초과(-10%포인트) 등으로 투자자 고려요소가 -40%로 정해졌다. 이에 B씨는 배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금감원은 예상했다.

이번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금감원은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분쟁조정 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이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뤄져서 법적 다툼의 장기화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추가로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를 종합적으로 진단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 H지수 기초 ELS 판매잔액은 39만6000계좌에 1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사별로는 은행이 24만3000계좌에 15조4000억원 상당을, 증권사가 15만3000계좌에 3조4000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에 판매된 계좌는 전체의 21.5%에 해당하는 8만4000계좌다.

올해 들어 지난 2월까지 홍콩 H지수 기초 ELS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총 손실금액은 1조2000억원이며 누적 손실률 53.5%을 기록했다.

금융권은 지난달 말 현재 지수(5678포인트)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추가 예상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예상 손실금액은 6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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