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관계자들 '생산직 입사 수백만원 뒷돈줘야 가능' 생생한 증언
이노션북광광고유한공사는 광고 싹쓸이

현대의 베이징 순이(順義) 공장 전경. 근로자들 중에는 뒷돈을 내고 들어온 이들도 없지 않다. [사진=바이두(百度)]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 북경현대(이하 현대)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갑질과 꼼수는 고위직들에게 만연해 있었다.

간혹 하위직들도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고위직 임원들의 갑질과 꼼수 문제는 정도를 넘어 심각하다고 할 정도였다.

사례를 들어봐야 역시 알기 쉽다.

자칭 타칭 중국통으로 불리는 40대 중반의 북경현대의 중견 임원인 X는 젊은 시절부터 잘 나갔다.

일반 직원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어린 나이에 이른바 별도 달았다.

X의 가족들이 오너 가문과 서로 호형호제하는 관계가 나름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었다.

X는 그럼에도 오만하거나 방자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을 뿐 아니라 대언론, 대관 관계에서는 더욱 그랬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젊은 사람이 괜찮군. 역시 어린 나이에 임원이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어!”라는 평판을 듣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한 다리 건너 2, 3차 벤더 등의 하청업체 관계자들만 만났다 하면 돌변했다고 한다.

완전 저승사자가 따로 없었다는 것이 그를 잘 아는 하청업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지금은 충칭(重慶)의 북경현대 공장 일을 주로 하는 J 씨의 푸념을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는 외관만 보면 정말 스마트한 친구였다. 키 크고 잘 생겼다. 첫 인상이 무척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회사 내외의 평판이 상당히 괜찮았다. 잘 아는 베이징 특파원 중 한 명은 자기가 그 친구와 잘 안다고 내 사업과 관련한 얘기를 잘 해주겠다고까지 했다. 호형호제하는 것 같았다. 나도 기대를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그는 완전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J 씨의 말은 진짜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는 베이징을 비롯한 현대 공장이 소재한 지역의 벤더 업체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갑질을 하는 임원으로 정말 유명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벤더 대표나 임직원들에게 반말은 아예 예사였다.

심지어 술이라도 한잔 하면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연히 그를 다루는 방법을 수많은 을(乙)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럴싸한 유흥업소에서 대접을 하거나 골프라도 같이 쳐줄 경우 약발이 최소한 몇 주는 갔으니까 말이다.

뒷돈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면 말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는 현대가 한참 잘 나갈 때 생산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상당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소문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대해 J 씨는 “현대가 잘 나갈 때는 직원으로 입사하기 위해 1인당 최소 수만 위안(元. 수백만 원)을 썼다는 말이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일단 채용이 돼 몇 개월 분의 월급을 받으면 크게 손해가 아니니 뒷돈을 주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소문이 공연한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소재한 현대의 한 대리점. [사진=바이두]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소재한 현대의 한 대리점. [사진=바이두]

현대의 부도덕한 행태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때는 현대가 베이징자동차와의 합작을 통해 차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직전인 2002년 가을 무렵이었다.

당시 현대의 딜러가 된다는 것은 완전 돈방석에 앉는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돈 냄새 잘 맡기로 유명한 중국인들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사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너 나 할 것 없이 어떻게든 줄을 찾아 딜러가 되기 위해 혈안일 수밖에도 없었다.

지금은 호텔 사업을 하고 있는 베이징의 사업가 P 씨 역시 그 사실을 알고는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이 베이징 특파원 출신의 교민 원로인 S 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를 통하면 혹시 현대의 고위층과 통할 수 있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P 씨는 즉시 부인이 은행에서 찾아온 엄청난 거금인 250만 위안(元. 4억2500만 원)을 싸들고 S 씨를 찾아갔다.

“현대의 딜러를 하고 싶습니다. 이 돈으로 로비를 좀 부탁합니다. 일이 잘 되면 돌려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S 씨는 그게 뭐 어렵겠냐는 표정을 한 채 P 씨가 건네는 거금을 받았다.

S씨 자신에게도 얼마간 콩고물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이상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와 P 씨의 오산이었다.

며칠 후 P 씨를 만난 S 씨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한 채 그동안의 사정을 설명했다.

“현대 최고위층 몇몇을 만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난색을 표하더군요. 사업 신청서를 따로 넣으라는 겁니다. 그래 개인적으로 알아봤더니 완전 수의계약이더군요.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였어요. 임원들에게 뒷돈 배팅을 많이 하는 이들이 딜러가 되는 거죠. 조그마한 지방이나 지역의 딜러가 되기 위해서도 최소한 500만 위안의 커미션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250만 위안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한국 같으면 경찰 수사 등이 시작될 수 있었으나 지금이나 당시나 중국은 이 정도 수준의 비리는 비리 축에 끼지도 못했다.

이정도였으니 당시까지 은연중에 만연했던 현대자동차 밀수에 대해서도 현대나 경찰이나 수사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내부의 비리 내지 갑질과 꼼수는 결국 더 큰 한심한 행보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광고 부문의 내부자 거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었다.

현대는 2009년 오로지 자사의 마케팅을 위해 급작스레 설립한 이노션북광광고유한공사(이하 이노션)에 일감을 몰아줬다.

당시만 해도 현대 자동차가 불티나게 팔렸을 때니 이노션은 당연히 설립 첫해부터 엄청난 매출에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노션이 돈방석이 앉는 동안 현대의 마케팅을 책임졌던 일부 한국계 회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당하는 처참한 상황을 경험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는 2010년 이후부터 불과 얼마 전까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야외 광고판 사업 역시 당시 N모 사장의 지인인 L모씨에게 몰아주는 파격적인 행보도 보였다.

N모 사장 덕분에 L모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일푼의 가난한 유학생 사업가에서 주택과 고급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마케팅 일감을 졸지에 빼앗긴 한국계 중소기업들의 운명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재 현대의 중국 사업은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착한 기업이 되고 싶어도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다.

갑질과 꼼수를 부리지 않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문제가 됐던 한국계 인테리어 기업 C사에게 미지급한 2000만 위안(元 34억원)의 공사비 결제가 버거울 수 있다.

현대는 아직 C사에 공사비를 지급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C사의 Y사장은 최근 변호사를 선임 공사비 청구 소송에 나설 작정이다.

C사 외에도 이런 저런 피해를 입은 다른 하청업체들도 역시 같은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라고 할 수 있다.

현대가 지금이라도 갑질 꼼수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미래는 어둡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북경현대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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