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발표 14개월만에 8개국 승인 완료
D램에 치우친 사업구조 재편...낸드 점유율 20% 달성 기대

올 초 SK하이닉스 반도체공장 'M16' 준공식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 [사진=SK하이닉스/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관문을 넘어섰다.

중국 당국의 승인으로 모든 경쟁당국의 심사가 마무리된 것.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에 편중돼 있던 반도체 사업 군에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더해, 조만간 '메모리 양 날개'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국(SAMR)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및 SSD(대용량 저장 장치) 사업 인수를 승인했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14개월 만이다.

이로써 경쟁당국의 심사는 모두 종료됐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EU), 한국, 대만, 브라질, 영국, 싱가포르 등 7개국도 승인을 완료했다.

남은 건 실무 작업이다.

먼저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지급해 인텔의 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하고, 2025년 3월쯤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을 지급해 낸드 웨이퍼 설계·생산 지적재산권(IP)과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을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에 힘입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D램 부문에서 세계 생산 2위에 오른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은 현재 D램에 편중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 중 D램이 차지한 비중은 70.6%에 달했지만, 낸드플래시는 23.4%에 그쳤다. 낸드플래시 사업은 지난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세계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13.5%를 기록하며 삼성전자(34.5%)와 키옥시아(19.3%)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인텔 사업부와 시너지 효과를 내 조만간 점유율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같은 기간 인텔의 점유율은 5.9% 수준으로,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20%에 육박한다.

아직 격차는 크지만 삼성전자를 본격 추격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SK하이닉스]

한편 중국 당국의 승인 소식에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점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중국 승인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번 인수는 메모리 산업에 중·중기적으로 긍정적인 이벤트"라며 산업 전체 설비투자액이 감소하고 공급자 교섭력이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고정비 비중이 높은 메모리 산업 내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할 수 있게 됐다"라며 "인텔의 우수한 컨트롤러 기술을 취득하고, 인텔의 서버 고객 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낸드 시장이 모바일이 아닌 서버 응용처를 중심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인수가 SK하이닉스에게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사업부 인수를 기반으로 SK하이닉스의 내년도 실적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텔 낸드 사업부 실적이 추가된 SK하이닉스의 내년 매출은 53조3000억원으로 추정, 이를 반영해 목표주가도 기존 13만원에서 16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22일) 종가 기준 12만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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