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유급휴직 지원기간 180일→270일 확대...업계에선 만료 이후 상황 우려
국제선 운항 감소에 여객 운송 줄줄이 마이너스...LCC는 국내선 늘리며 출혈경쟁
항공업 관계자 "정부 조치는 임시방편일 뿐...정책금융 지원 통해 업계 구제해야"

정부의 유급휴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연장됐지만 항공업계의 시름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연장 소식에 일단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여전히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초 6월 말에 끝날 예정이었던 정부 지원 기간이 9월 말로 미뤄지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 장기화로 당분간 국제선 운항이 계속 중단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용유지 지원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금융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국제운항 감소에 여객 운송 '마이너스'...LCC는 국내선 출혈경쟁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전날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대한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90일 연장해 총 270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정부가 유급휴직 중인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연간 180일 동안 휴업수당(평균 임금의 70%)을 최대 90% 지원해 주는 제도다.

업계는 일단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원 기간이 만료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계속되면서 연말에도 주력 사업인 여객을 통해 수익을 끌어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국항공협회가 발표한 항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 실적은 9만604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1% 줄어들었다.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 8곳도 1만6435명으로 77.0% 쪼그라들었다.

출장 등 필수적인 활동 이외에 해외 활동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항공사들이 국제 운항을 대거 중단한 것이 영향을 줬다. 

백신 접종과 트래블 버블(입국제한조치 완화)로 국제선 운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사이판과 괌 등 일부 국가로 떠나는 여행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업황이 대폭 나아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선 여객의 상황도 비슷한 가운데 특히 대형항공사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3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 여객 운송량은 총 65만8092명으로 코로나19 발병 이전인 2019년 동기(279만2372명) 대비 37.62% 감소했다.

LCC의 국내선 여객 운송량은 지난 3월 193만2507명으로 2019년 동월보다 약 29.9% 증가했지만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공급 포화와 항공권 가격 추락 사태를 겪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는 화물 사업을, LCC는 국내 여객을 확대하면서 각자 자구책을 찾고는 있지만 여전히 업황은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내부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3개월짜리 '산소호흡기'와 같은 임시방편이라고 염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이에 항공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쪼개기식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3월 LCC를 대상으로 2000억원 가량의 정책금융 지원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 지원을 위한 실사나 사전 조사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은 잇따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조건을 완화해달라며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회 등에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규정 개정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기간기금 신청 조건인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에 해당하지 않아 기금을 지원받지 못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 A씨는 "국가가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장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필요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지금 업계는 풍전등화 그 자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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