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위성‧검찰소 등에 ‘혁명보위’ 촉구
노동신문 “대를 이어 보위” 표현해
김주애 4대 세습 염두에 둔 모습도
“장성택 처형 악몽 재연돼나” 촉각
![지난 11월 18일 국가보위성을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리창대 보위상(왼쪽)을 비롯한 간부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11/256800_156974_948.jpg)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이맘때마다 북한 노동당과 군부‧내각의 고위 간부들은 악몽을 떠올린다.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3년 12월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반역죄’로 잡혀 공개처형을 당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29살에 불과한 청년지도자가 고모부를 무참하게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친인척을 저리하는 데 우리는 파리 목숨”이란 공포감이 감돌았다. 장성택의 처형 방식을 두고 ‘시신도 수습 못 할 정도로 무참하게 총살형’(국가정보원)을 당했다거나 ‘참수해 시신을 전시’(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한 트럼프의 전언) 등의 몇 가지 주장이 나오지만 어느 쪽이던 끔찍한 상황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데 장성택 세력의 몰락에는 전조가 있었다. 그해 11월 김정은이 핵심측근과 백두산 삼지연에서 8인 회동을 한 직후 행정부의 수하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이후 장성택에 대한 ‘반역자’ 몰이가 고조되더니 결국 출당 조치가 이어졌다. 체포와 고문을 동반한 조사, 특별재판 등의 과정을 주도한 건 국가보위성이었다. 8인 모임의 핵심도 김원홍 당시 국가안전보위부(보위성의 전신) 부장이다.
평양의 간부들이 올 겨울 숙청 피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건 김정은의 심상치 않은 행보 때문이다. 그는 11월 18일 하루 동안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최고검찰소와 최고재판소를 잇달아 찾았다. 이들 기관의 창립 80주년 축하 목적이라고 하지만 전례 없는 공안기관 연쇄방문이다.
이 공개 활동은 같은 달 5일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장례식 참석 이후 13일 만의 일정이다. 뭔가 장고해야 할 사안이 있는 가운데 공안기관 방문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먼저 국가보위성을 찾은 김정은은 “공화국 보위기관이야말로 우리 당의 믿음직한 동행자, 견실한 방조자”라고 강조했다. 노동신문은 ‘천겹만겹의 방탄벽’, ‘믿음직한 붉은 방패’, ‘참된 보위전사’ 등의 표현을 사용해 보위성을 띄웠다.
특히 신문은 “한생이 모자라면 대를 이어가며 준엄한 보위전선에서 당과 사회주의와 인민의 위업을 보위하고 백전백승하는 조선혁명의 숨결과 거세찬 약동을 지켜주고 있는 공화국 보위기관”이란 표현을 사용해 마치 김주애로의 4대세습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주문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정은의 사회안전성 방문을 전한 북한 매체들은 “전체 참가자들은 혁명의 보검, 계급의 붉은 칼날을 더욱 서릿발 치게 벼리며 사회안전 무력이 지닌 성스러운 사명수행에 백배 분투함으로써 주체혁명과 사회주의위업의 승리적 전진을 믿음직하게 담보해나갈 불같은 결의를 굳게 다졌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하는 보위성은 간부와 주민들 사이에 반(反) 김정은 세력이나 체제 전복 움직임을 적발하고 응징하는 북한 독재체제의 보루 같은 역할을 한다. 경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회안전성의 경우 우리와 달리 사회안전군으로 불리는 사실상의 정규 전투 병력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
이번 방문에 앞서 김정은은 지난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 77주년 고위 간부 전원을 소집해 ‘중앙 선서모임’을 여는 등 체제결속의 고삐를 죄어왔다. 또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는 군견까지 동원한 ‘사회안전특수기동대’ 조직을 내세웠는데, 북한 매체들은 이를 “계급투쟁의 서슬 푸른 칼날, 무자비한 타격대”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 “우리 제도의 안전을 해치는 그 어떤 불순한 기도와 행위도 맹렬한 추격전으로 철저히 색출하고 진압·소탕할 수 있게 만단('만반'의 북한식 표현)의 격동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내놓았다.
이처럼 북한이 폭압적 공안기관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김정은이 직접 현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하고 나선 건 북한 체제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 2000명의 전사자를 포함한 막대한 인명 손실은 입은 점이나 핵과 미사일에 올인하면서 여전히 주민들은 식량난에 시달리게 하는 현실 등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12월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올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 초 당 9차대회에서는 8차대회 이후 5년간의 성적표를 내놓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느슨해질 수 있는 당과 군부 간부들을 다잡고 체제결속을 꾀하기 위해 대대적인 숙청이 재개될 수 있다. 혹여 12년 전의 피바람이 다시 불어 닥칠까 평양의 간부들을 숨죽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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