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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법무법인 서울 조기제 변호사】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다.
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영끌’과 ‘빚투’ 열풍은 단순히 자산 증식의 수단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시간 대화 주제는 주식과 코인이 점령했고, 부동산 불패 신화와 폭락의 공포가 교차한다.
이러한 자산 시장의 지각 변동은 가장 사적이고도 치열한 분쟁의 현장인 가정법원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과거 이혼 소송의 재산분할 대상이 주로 아파트 한 채, 예금, 퇴직금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테슬라·엔비디아 등 해외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시가 평가를 둘러싼 다툼도 잦다.
문제는 자산의 ‘변동성’이다. 어제 1억 원이던 계좌가 오늘은 8000만 원, 내일은 1억5000만 원이 되기도 한다. 이혼 소송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상 걸린다. 그동안 자산 가치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별거 기간까지 고려하면 그 폭은 더 크다.
재산분할이 까다롭고 변호사비 지출이 부담스러워 장기간 별거 상태로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별거 기간이 길수록 재산분할의 리스크는 커진다. 그 사이 재산 은닉이나 소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자산 가치 변동의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변호사님, 제가 집을 나올 때 남편의 비트코인은 1억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2억 원이 넘습니다. 저는 얼마를 받을 수 있나요?”
“이혼 소송 중에 주식이 폭락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혼은 감정의 정리이기도 하지만, 법적으로는 냉혹한 ‘청산(淸算)’의 과정이다. 요동치는 자산 가치 속에서 법원은 과연 어떤 기준으로 공평한 청산을 실현하고 있을까?
재산분할의 원칙, 분할의 ‘대상’과 ‘가치’ 판단 시점
자산 가치의 변동은 시간의 경과를 전제로 한다. 재산분할과 관련해 고려되는 시점은 크게 ‘별거 시점’, ‘소 제기 시점’, 그리고 ‘재판 종료 시점’이다.
‘별거 시점’은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되어 부부 공동생활이 종료된 때를 의미한다. ‘재판 종료 시점’은 법률적으로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말하며, 이는 대법원을 제외한 1심과 항소심 재판의 마지막 변론이 종결된 시점을 뜻한다.
혼인 관계가 파탄된 때로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자산 가치 변동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먼저,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대상’을 정할지가 문제다. 별거 시점에 존재하던 재산이 재판 종료 시점에는 사라질 수도 있고, 반대로 새롭게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점을 언제로 할지도 쟁점이다. 재판이 끝날 때에는 별거 시점보다 자산 가치가 높아질 수도,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분할의 대상과 액수를 모두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본다(대법원 2000.5.2. 자 2000스13 결정).
다만 혼인 파탄 이후의 변동이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한 후발적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므1455, 2013므1462 결정).
즉, 원칙적으로는 재판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별거 이후 부부 공동생활과 무관한 변동은 제외된다는 뜻이다.
실무에서는 편의상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분할 대상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2013므1455 판례의 경우, 별거 시점에는 4억 원의 채무가 있었던 사람이 별거 이후 열심히 일해 채무를 모두 갚고 재판 시점에 수천만 원의 예금을 보유하게 되었다.
원심은 재판 종료 시점의 예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했으나, 대법원은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 채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결정했다.
반면 재산의 ‘가치’ 평가는 ‘재판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별거 시점에 1억 원이던 집값이 재판 종료 시점에 5억 원으로 올랐다면, 5억 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주식·가상자산의 경우
주식이나 가상자산처럼 거래 빈도가 높고 변동성이 큰 자산은 더욱 복잡하다.
별거 당시 3000만 원이던 남편 명의 가상화폐가 재판 시점에 1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자.
아내는 “현재 시점 1억 원 기준으로 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남편은 “별거 이후 내가 밤새워 차트를 분석하고 직접 거래해 늘린 돈”이라며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것이다.
이 경우 법원은 ‘별거 시점’에 보유하던 종목이 이후 거래를 반복하며 동일성을 유지했다면, ‘재판 종료 시점’의 보유 종목과 가치를 기준으로 본다. 다만, 별거 후 새로이 대출을 받아 투자한 부분이나 개인 급여로 투입한 자금이 명확히 구분된다면, 그 부분은 제외될 수 있다.
재산 가치 평가 시 남편이 별거 이후 특별한 노력으로 투자 성과를 냈다면, 그 상승분을 혼인 중 형성된 재산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법원은 대체로 이를 단순한 ‘자산 가치 변동’으로 간주하지만, 필자는 별거 후 개인의 노력으로 인한 상승분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남편이 운영하던 음식점의 권리금이 별거 시점에는 1억 원이었는데, 이후 노력으로 매출을 대폭 늘려 10억 원의 가치가 되었다면, 그 상승분은 혼인 중 공동 형성과 무관하므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
별거중 가치가 폭락·급등...‘타이밍’이 곧 전략이다
반대로 별거 시점에 1억 원이던 주식이 재판 종료 시점에 3000만 원으로 떨어졌다면, 남편은 “3000만 원만 기준으로 나누자”고 하고, 아내는 “네가 잘못 투자한 탓이니 1억 원 기준으로 나누자”고 주장할 것이다.
정상적인 투자였다면 ‘재판 종료 시점’의 가치인 3000만 원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불법적이거나 투기적 행위로 재산을 탕진했다면, ‘별거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변동성 자산이 많은 이혼 소송은 결국 ‘타이밍 싸움’으로 귀결된다.
상승장에서는 주는 쪽이 재판을 빨리 끝내려 하고, 받는 쪽은 최대한 시간을 끌려 한다. 하락장에서는 그 반대다.
자산 변동이 지나치게 클 때는 판결까지 가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기보다, 합의 가능한 시점에 ‘조정’을 통해 액수를 확정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별거 기간을 현명하게 활용하라
이혼은 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이 맺은 계약을 해소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배신감,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이 뒤섞이지만, 재산분할의 순간에는 감정이 아닌 계산기가 필요하다. 특히, 비트코인이나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이 있다면 더욱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혼인 관계가 파탄되어 별거에 들어갔다면, 즉시 재산 관계를 정리하고 재산분할에 대비해야 한다.
유리한 것은 철저히 구분하고, 불리한 것은 섞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혼은 시(詩)로 시작해 청구서로 끝난다.”
“사랑은 심장의 영역이지만, 이혼은 계산기의 영역이다.”
막 이혼을 결심한 사람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조언은 없을 것이다.
<조기제 변호사 프로필>
- 서울 상문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사법고시 44회 합격
- 사법연수원 34기 수료
- 제주지방검찰청 검사
-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
- 창원지방검찰청 검사
- 도산법연구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원
- (현) 법무법인 서울 변호사
- 세무사, 형사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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