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KT 최고경영자(CEO)선임 절차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 발생한 해킹여파로 현재 CEO인 김영섭 사장이 연임포기를 이사회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김 사장의 연임포기에는 정치권의 강한 압박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사실 KT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영회사다.
국민연금이 한때 최대주주였다가 이제는 그 자리를 현대자동차가 맡고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도 공시에서 최대주주가 된 것에 대해 단순 투자목적이라며 경영참여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KT는 주인이 없는 민간회사인 셈이다.
하지만 KT가 가진 통신인프라 특성상 항상 공공성이 앞에 붙는다.
KT가 민영화된 지 23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과거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으로 종종 착각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과 같은 불완전한 KT 지배구조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고착됐다. 2002년 정부 지분 24.5%를 완전히 매각하면서 사실상 민간기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정부지분이 하나도 없는 소유분산 기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외형만 민간회사로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국민연금과 정권에 밀착된 이사회를 통해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정권의 전리품처럼 운영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선임된 CEO들을 보면 모두 정권과 직간접으로 연결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면 모두 재임 중 잘못된 경영상 의사결정으로 인해 사법적인 고초를 치렀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이석채 회장이다. 이 회장은 김영삼 정부 때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 때 KT회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한때 PCS사업자 선정비리로 김대중 정부때 옥고를 치루기도 했지만 최종 무죄판결을 받으며 명예회복을 했다.
하지만 이 회장도 정권이 바뀌면서 퇴직 후 사법의 칼날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임 때 벤처기업 자회사 편입으로 회사에 경영상 손실을 끼쳤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를 당했다. 최종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확정받기까지 퇴임 후 5년 이상 온갖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KT 민영화 이후 20여년 동안 황창규 회장을 제외한 남중수 사장과 구현모 대표 모두 재임 중 경영 판단에 대해 형사 기소돼 모두 사법적인 판단을 받아야만 했다.
사실 같은 공기업이었던 포스코와 달리 유독 KT에서만 ‘CEO 흑역사’가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KT는 형식상 민영기업이라는 소유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또한 국가재난통신망과 같은 주요 통신망을 구축해서 운영한다. 여기에 통신관로와 같은 핵심설비도 다른 통신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임대해 줘야 한다.
즉 공공성 측면이 강한 이런 특성이 왜곡된 경영구조를 만들어가는 원인이 됐다. 정부와 소통이 잘되고 때로는 정권 친화적인 인물이 CEO에 선임되는 것이 유리한 구조다.
그래서 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정권 친화적인 인물들이 내부에서 선발되거나 외부에서 낙하산으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지배구조와 힘의 역학 때문에 구성원들이 힘 있는 곳에 줄서기를 하는 왜곡된 기업문화가 양산됐다.
거의 3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CEO교체와 이에 따른 흑역사는 조직의 효율성이 아닌 파벌과 줄서기 문화를 낳았다.
제 역할을 못하는 이사회구조도 문제다. CEO를 견제하고 독립된 경영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하는 전형적으로 한국적인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KT 이사회는 재빨리 이사회 의장을 김성철 이사에서 김용헌 이사로 변경했다.
이사회 의장 교체는 명분상으로는 해킹에 대한 이사회 책임을 운운하지만, 윤석열 정부 때 구성된 현재 이사회에 대한 불신을 의식한 듯하다.
현재 이사회 멤버 중 유일하게 김용헌 이사만이 윤정부 때가 아닌,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사로 알려졌다.
KT 이사회 구성과 운영은 포스코의 이사회 운영과는 철저히 대비가 된다. 포스코 이사회는 그동안 외풍에 시달리지 않는 운영을 통해 철저히 능력위주의 CEO 선임에 힘 써왔다.
그것이 민영화 이후 포스코의 전통이 되었고, 지난 20여년간 내부인사만을 CEO로 뽑은 전통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KT CEO 공모에 33명이 응모했다고 한다.
언론에 직접 출사표를 밝힌 후보자도 있지만, 조용히 면접 등을 준비하고 있는 인사도 적지 않다.
물론 정권의 실세와 연결되었거나 여의도에서 밀고 있는 인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KT 모든 구성원들은 반복되고 있는 CEO교체 흑역사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이사회가 그동안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어온 CEO 교체 흑역사의 고리를 끊고, 능력 있는 인사를 CEO에 선임하기를 이심전심으로 바라고 있다.
이번이 바로 그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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