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4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6 정시 합격예측 및 전략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참고표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11/257095_157279_5533.jpg)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여전히 자신들이 선택한 학교와 학과의 입시 방침에 따라 계속해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 관문을 치를 때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아직 우리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단단한 상태가 아닌데, 크나큰 압박감 속에서 무언가를 이렇게 해내야만 하는 모습 때문에 그렇다.
확실히 성인과 청소년의 마음은 다르다.
물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청소년이 있고, 또 나이에 비해 어린아이같은 어른이 있지만 우리가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청소년들은 아직 마음이 굳건하지 못하고 무언가 불안한 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곧 뇌’라는 생각을 하면 그런 생각을 조금은 이해하기 쉬워진다.
뇌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뇌가 완전히 성장하는 시점은 보통 25세 전후라고 본다.
바꾸어 말하면 그때까지는 뇌가 불안정한 시기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뇌가 불안전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이고, 또 이로 인해서 어떤 현상이 도드라지게 나타날 것인지 이해하면 우리 청소년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모한 행동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른이 생각하기에 괘나 어리석은 선택,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했을까?
사실 이 문제는 호르몬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뇌의 ‘감정 중추’ 영역에 직접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급증하는 시기가 바로 청소년기이다.
10세에서 16세까지 남자 청소년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거의 20배 가까이 증가하고, 어떤 실험 결과를 보면 16-18세 사이에 보상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호르몬이 급증한 결과 정서적으로 매우 풍부해짐에 따라 가끔은 학원 수업에 빠지고 싶은 욕망에 충실하기도 하며,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 순간순간 즐기고자 하는 경험을 훨씬 더 중시하기도 한다.
청소년이 얼마나 감성에 충실한지는 4050세대 여러분들이 예전에 싸이월드에 써 놓았던 글을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또 하나 청소년기의 특징을 생각해 보자면 우정에 대한 과몰입도 해당되지 않나 싶다.
물론 우정이 청소년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정서적으로 꽤 불안한, 감정이 마구 요동치는 청소년기에는 누군가가 그 정서적 공유를 같이 함으로써 고통을 훨씬 더 줄어들게끔 하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친구이다.
물론 친구는 가족과 다르다.
그리고 동네 주민과도 다르다.
성인이 되어서는 기존 가족 외에 새로운 가족 (배우자나 자식)을 택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지역으로 이사를 함으로써 동네 주민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가족은 주어진 관계이지 선택하는 관계가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부모가 주어지고, 형제가 주어진다.
내가 스스로 이사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꼴도 보기 싫은 친구가 옆에 살아도 스스로 그와 멀리 떨어지는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즉, 모든 인간관계가 피동적으로 주어지는 속에서 친구 관계는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정을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주어진 관계, 예를 들면 가족이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상태가 되어 심지어 볼 때마다 고통스러울 정도이면, 그 고통을 함께 나눌 대상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청소년기의 친구이다.
역시 실제로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뇌의 통증 반응이 약하다고 한다.
반대로 친구가 역시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에 처해지는 실험을 한 결과, 그 장면을 본 친구의 뇌는 고통 관련한 영역이 활성화 되게 되는데 이 또한 친구와 관련된 뇌의 작용을 잘 보여주는 결과이다.
이렇게 우정도 뇌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청소년기의 우정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청소년기에는 더욱 뇌가 불안정하고, 친구 외에 나머지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기의 특징을 하나 더 들자면, 적극적이고 낙관적이라는 점이다.
요새 우울한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을 수 있다.
특히 수능을 끝낸 청소년들을 보자면 더욱더 그런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의 뇌 때문에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특히나 한국에서 고3으로부터 대학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더욱 그 시기가 특별하다.
집을 떠나 혼자 살 수 있으며, 법적으로 혼인을 해도 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업방식에도 접해야 하며, 이제 경제적으로 어떻게 독립해야 하는지, 술은 얼마나 마실지 혼자 고민해야 할 게 무척 많아진다.
가뜩이나 뇌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그러한 환경변화에 마주치게 될 경우, 왠지 도전하면 뭔가 내 마음대로 이뤄질 것 같고 나에게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은 내가 행동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고 마음먹게 된다.
여러 면에서 부딪히고 좌절하고 넘어지겠지만 그런 위험 감수 행동을 많이 하고, 또다시 일어서는 것이 바로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20세 전후의 청년들이 위험감수 활동을 가장 많이 한다는 연구 결과가 괜히 나왔을리는 없다.
이렇듯, 지금 수능을 마치고 대학의 문앞에 서 있는 우리의 미래들은 아직은 불안전하고 성숙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더 많은 도전들을 하고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어른들의 역할이란 그들이 잘 경험하고 잘 넘어지고, 또 잘 일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단해진 뇌는 청소년 한명한명을 올바르게 완성시킬 것이고, 그렇게 완성된 개인이 많아질수록 사회 또한 굳건해지리라 믿는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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