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90년대 초부터 사용된 ‘인텔 인사이드’ 로고는 PC의 상징이자 선택 기준이었다.
블루 컬러의 큼지막한 로고는 노트북 컴퓨터를 포함한 PC본체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이 로고가 없으면 PC가 작동이 안되고 품질보장이 안되는 것처럼 첨단기술력과 품질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 로고를 보기가 쉽지 않다.
과거 인텔은 PC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인텔 인사이드’ 로고 부착을 전제로 광고비용 등 마케팅비를 일정부분 부담해서 PC업체와 공동 마케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아무도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PC선택기준으로 삼지않는다. 어느 순간 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 됐다.
더 이상 인텔 인사이드 로고가 PC의 선택기준이며, 첨단 기술이라는 상징도 아닌 그저 평범한 프로세서칩의 하나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9년이 최고 정점이었다. 당시 2567억달러로 글로벌 시가총액 22위 기업이었지만, 2024년 현재 시가총액은 875억달러에 불과하고 주가는 당시대비 1/3로 떨어져 20달러 초반에서 맴돌고 있다.
한때 반도체칩의 대명사인 인텔의 추락은 인공지능시대(AI)시대 그래픽처리장치(GPU)시장의 절대강자인 엔비디아의 부상과 절묘하게 대비되고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그리고 중앙처리장치(CPU)에서 GPU로의 기술변화에서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바일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퀄컴의 인털 인수 제안이라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인텔의 추락은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가 원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시의적절한 사업 재편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시대에 따른 PC와 서버시장에서 스마트폰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에 대한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지금의 위상을 초래했다.
인텔의 추락은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끊임없는 혁신 없이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생존이 힘들다는 교훈이다.
글로벌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자동차에서 경영자는 업무의 50%를 혁신에 몰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일상업무는 현장 관리자에게 맡기고 경영자는 보다 창의적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일에 매진해야 불확실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는다고 한다.
둘째,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단기적인 경영실적에 벗어나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경영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정보화시대에 맞는 수평적인 사고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워야한다.
아직도 일부에서 작동되고 있는 산업사회의 피라미드형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 체계로는 불확실한 미래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해보고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2001년 엘빈 토플러가 발표한 ‘21세기 한국비전’에 따르면 한국이 정보화 시대에서 선도국가로 나가야 할 방향은 아직도 그 의미를 되새겨 볼만하다.
엘빈 토플러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정보화 인프라의 보급 및 진화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글로벌 선도국가로 나가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직적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경영이든 학교교육이든 기술개발이든 대규모 생산과 소비를 강조한 산업사회의 규범에서 신경제 지능정보화시대에 맞는 수평적인 문화와 규범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서열을 따지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적인 양극단의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한 집단지성보다는 최고의사결정자의 눈치만 살피는 보신주의 문화에 젖어있다.
하루빨리 수평적인 네트워크 조직을 만들고 정보화시대에 걸맞는 규범을 만들지 못하면 인텔의 추락이 우리에게도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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