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던 핀란드의 노키아가 시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독일의 폭스바겐도 'IT내재화'의 실패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사진 왼쪽) 노키아의 깨진 구형 휴대폰과 비 맞은 폭스바겐 차량의 모습. [사진=픽사베이]](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412/235908_133779_4247.jpg)
【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200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MBA공부를 하고 있을 때이다.
당시 핀란드의 대표기업인 노키아는 국민기업이자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다.
전 세계 휴대폰 3대중 2대가 노키아의 제품이고, 2000년대 초 전체 핀란드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노키아라는 하나의 기업이 핀란드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되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노키아는 결국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혁신의 길에서 벗어나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4년 10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총리는 “애플이 핀란드 경제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스투브 총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핀란드 경제가 어려워진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지적하고 "아이폰이 모바일폰의 절대강자이자 핀란드 정보기술(IT) 부문의 꽃인 노키아를 쓰러뜨렸고 아이패드는 핀란드 산림과 제지산업을 죽였다"고 말했다.
당시 핀란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가 될 상황에 직면했고, 지난 2008년 6%대였던 실업률은 1·4분기 8.4%까지 치솟았다.
올해 독일 국민기업 폭스바겐이 1937년 창사 이후 최대 경영난에 빠지면서 독일 경제도 휘청거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5년 글로벌 시장점유울 1위를 넘볼 정도로 호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면서 구조적인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휴대폰과 자동차는 첨단 정보기술(IT)과 전통적인 기계산업으로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경영상의 문제점 살펴보면 여러 공통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두 회사 모두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점이다.
노키아는 2세대 휴대폰, 특히 유럽방식인 GSM 휴대폰의 절대강자였다. 당시 노키아라는 브랜드는 100달러 안팎이면 구입이 가능했고 잔고장도 별로 없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2007년 스마트폰이 등장해면서 게임양상이 달라진다. 지금의 애플과 삼성전자의 부상이다.
물론 노키아도 스마트폰으로의 시장변화에 선제 대응할 기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윈도폰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 외면 받고 말았다.
기존 2세대 피처폰의 성공 방정식에 도취해서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폭스바겐 역시 비슷하다.
경제학자들은 독일 경제가 황금기였던 시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NYT)는 “폭스바겐과 독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동안 황금기였다. 독일의 경제성장률이 증가했던 이 기간 미래에 투자할 기회를 놓쳤다”고 전했다.
로버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기본적으로 2018년 이후 독일은 어떤 성장도 이뤄내지 못했다”며 “지난 몇 년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은 현재 독일 내 공장 2~3곳을 폐쇄하고 대규모 감원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조직내부의 안이함과 비효율이다.
노키아는 먼저 스마트폰을 개발하고도 시장에 먼저 선보이지 않았다.
굳이 잘 팔리고 있고 핸드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를 먼저 추구할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폭스바겐도 조직의 구조적 문제와 비효율이 위기를 초래했다. 일단 ‘디젤 게이트’로 기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디젤게이트는 배출가스 성적표를 조작해서 폭스바겐을 포함한 유럽자동차 업체들이 46조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사건이다.
다른 유럽 자동차 기업들도 포함됐지만 유독 폭스바겐이 대표적인 부도덕한 기업으로 간주되면서 신뢰를 잃었다.
또한 ‘IT 내재화’의 실패도 위기의 큰 원인이다.
IT내재화는 IT인력을 내부에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문제를 간과했다. 수직계열화는 비경쟁적인 속성을 야기해 오히려 엄청난 비효율을 낳았다.
폭스바겐 스스로 IT내재화를 위해 고용한 1만여명의 IT인력이 비효율의 상징이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IT내재화를 통해서 지원된 IT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폭스바겐 현직 CEO가 이러한 비효율에 대한 내부이슈를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노키아와 폭스바겐 사례를 보면 어제의 성공이 오늘에서는 오히려 성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단순히 경영의사결정의 신속함이 ‘예스맨’문화를 낳으면서 오히려 비효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노키아의 몰락과 폭스바겐의 부진에는 경영 외부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기업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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