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모임 취소에 초저녁부터 텅텅 빈 식당…주류·백화점 업계도 직격탄

지난 11일 낮 대구시내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낮 대구시내 한 식당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 "세계 경제가 어렵지만,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긁어모아서 여러분이 사기를 잃지 않고 힘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으로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저 믿으시죠?" (윤석열 대통령 12월 2일 공주산성시장 방문시 발언)

하지만 이 말은 단 하루만인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최근 전통시장과 각 지역 먹자골목에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각급 관공서에서 최근 계엄·탄핵 정국과 관련, "연말연시 유흥과 향락을 자제하라"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송년회 등 모임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주요 먹거리 골목에도 저녁 8시가 넘어서면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저녁 방문했던 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서울 충정로역 인근 한 유명 식당에는 단 한 테이블에만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식당 사장 A씨는 "우리 가게가 이런 적이 거의 없었다"며 "그 날(계엄)이후 이 골목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그는 "연말이라 송년회가 많아야 하는데 기존 예약도 취소되고 있다"며 "코로나이후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위치한 용산 부근의 식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용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계엄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이 줄었다"며 "계엄 선포 이틀 후로 예약돼 있던 단체예약 손님도 예약을 취소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자영업자도 "대통령실이 이쪽으로 오고 임대료가 월 200만∼300만원씩 오르니 못 견디고 나간 가게도 많은데, 이번 사태까지 터지니 도대체 왜 왔나 싶다"며 "나라가 이 모양인데 장사가 잘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식당 '노쇼'를 막고 백종원 1000명을 육성하겠다는 등 지원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계엄령이 내려져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며 "안 그래도 연말 외식 경기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8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계엄 사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계엄 사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도 다르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내 대학가나 먹자골목에도 손님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내 대학가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말인데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좀체 찾아볼 수가 없다"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대구의 한 구청 인근 해산물 식당 주인 B씨는 "연말이면 공무원들이 부서별로 간단하게라도 송년회를 하는데, 올해는 갑자기 취소하거나 내년으로 미루겠다는 연락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수차례 방문했던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은 걸어뒀던 윤 대통령의 사진이나 사인을 떼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4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수년간 어려워진 경기에 주머니를 닫고 있는데 이번 계엄사태로 앞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며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아껴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엄 당일 온 가족이 두려움에 떨었다"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매일매일 일찍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계엄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는 유통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주류업계는 이번 계엄사태로 인해 회식 등 외식이 줄어들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펜데믹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번 계엄사태로 인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의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준비한 연말 각종 이벤트가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니 경기 침체, 배달비 인상, 계엄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며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은 햇살을 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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