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이 기로에 서있다.

통신비 인하는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가 있으면 거론되는 단골메뉴이지만, 이제 별다른 선택카드가 없어 보인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된 대표적인 통신비 인하정책은 제4이동통신사 설립이다.

통신에서의 3사 독점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 새로운 사업자를 진입시켜서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번지수 틀려도 너무 벗어났다.

당초 대다수 통신 전문가들은 제4이동통신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5000만회선이 넘는 휴대폰(사물통신회선 포함)보급은 이미 시장에서 포화상태다.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망임대사업자)까지 시장에 가세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4이동통신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알뜰폰 시장밖에 없어보였다.

또한 정부는 제4이동통신사 신규허가를 위해서 주파수 28GHz를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투자를 유도했다.

업계현실 인식과 너무 동떨어진 정책이었다.

통신3사도 네트워크 운용경험상 28GHz는 전파특성으로 인해서 일반 상용망에서는 적합치 않다고 일찍감치 판단하고 포기한 상태였다.

28GHz는 전파특성상 고층건물이 밀집한 대도시에서는 전파도달거리가 100여미터에 불과했다.

오죽했으면 통신3사 모두 수백억원의 투자손실을 감수하고도 해당 주파수를 재할당을 받지 않고 사용기간이 만료되자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28GHz대역이 제시하는 이론적인 속도에만 매몰돼 신규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메인 주파수 대역으로 제시하고 사업자 선정을 강행했다.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과열된 경쟁으로 촉발된 28GHz주파수 경매대금을 감당치 못하고 결국 신규 사업권을 반납하게 된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통신경쟁정책은 시장 현실과 어긋난다.

우선, 더 이상 이동통신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시장의 판단이다.

한때 1위사업자의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었던 시절은 오래된 기억으로만 남아있다.

이동통신사업은 이제 영업이익율 5~10%인 평범한 사업으로 전락했다.

오히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그리고 공정위와 국회 등 규제기관의 과도한 개입에 몸살을 앓고 있는 매력없는 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는 모바일로 대변되는 인터넷 생태계에서 산업의 주도권을 인터넷 서비스로 넘겨주었고, 인터넷 접속을 위한 통신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로 전락했다.

세계최초 서비스라고 정부가 자랑하던 5G 서비스는 기존 4세대 LTE서비스와 차이가 없다.

이용자가 체감하지도 못하는 이론상의 속도에 불과했다.

더 이상 통신 속도가 이용자의 선택기준이 되지못하고 있다.

그리고 요금제 신고에 대한 정부의 사전규제는 업체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

통신사의 이용자 약관은 신고제지만 사실상 정부와 협의하여 신고하는 수리성 신고제이다.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약관으로 제공량과 요금제 등을 협의해서 적어도 1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려는 담당부서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이 와중에 경쟁사도 비슷한 요금제를 준비해서 요금제 차별성이 없어진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요금제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시하거나 서비스 출시시점에 맞춰서 규제기관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규제기관과 경쟁사의 동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독자적인 요금제 경쟁은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실정이다.

한편 국회가 입법화하고 있는 대기업과 금융권계열 알뜰폰 점유율 60% 사전규제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알뜰폰은 세계적으로도 이동통신시장에서 10%내외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알뜰폰 특성상 요금은 싸지만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고객상담 등으로 인해서 선택의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알뜰폰 가입자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 품질이지만 고객서비스의 한계를 알고 가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대기업 자회사 알뜰폰과 금융권 알뜰폰의 시장경쟁에 점유율 사전규제를 도입하면 알뜰폰 시장에서의 경쟁만을 저해할 뿐이다.

시행한지 10년이 지난 단통법을 폐지해서 전기통신사업법에 통합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단통법만 폐지했지 바뀐 내용은 별로 없다.

당초 단통법은 국회가 과도한 이용자차별을 방지하고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플랜도입을 위해 전격적으로 입법화한 내용이다.

하지만 국회는 자신들이 도입한 단통법으로 인해서 요금경쟁이 저해되었고 경쟁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했다.

단통법 도입당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 단통법이 없어졌으니 요금이 내려간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정부의 통신정책은 최소 10년은 내다보고 제시를 해야 한다. 2007년 정보통신부 노준형 장관시절 통신경쟁정책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때 발표된 유무선AII-IP정책은 현재도 유효한 정책이다.

구리선으로 서비스되는 유선 서비스를 광(Fiber)인프라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이 정도가 돼야 정책에 대해서 규제기관과 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준비해서 대응하고 결국에는 중장기적인 경쟁정책이 시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게 될 것이다.

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형일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것이 시장의 매커니즘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와 국회는 백년대계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도 내다보지도 못하고 있다.

지금 당장의 실적과 정책홍보에만 몰두한다.

이래서야 누가 미래를 대비하고 진지하게 논의를 할지 안타깝기만 하다. 규제가 경쟁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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