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마저 '검찰 상고 포기' 훈수
사법리스크 해소와 경영권 안정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량 삼성에 내재

삼성 이재용 회장(사진 왼쪽)과 샘 올트먼CEO(가운데), 손정의 회장은 4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AI 회동'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삼성 이재용 회장(사진 왼쪽)과 샘 올트먼CEO(가운데), 손정의 회장은 4일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서 'AI 회동'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자신을 옭아맸던 모든 족쇄에서 드디어 풀려났다. 무려 9년 만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지난 3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로 이 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검찰이 상고 의사를 밝혀 이 회장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법원에 가더라도 이번 사건은 저번처럼 파기 환송돼 2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물론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낙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지만...)박지원 의원까지 나서 ‘검찰도 반성하고 이재용 상고하지 말라’고 훈수 둔 마당에 검찰이 끝까지 이 회장 손보겠다고 상고까지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6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식시세를 조정하고 회계 부정에 관여했다는 등 무려 19개의 혐의로 기소됐었다. 당시 참여연대 등이 문제를 제기했던 이 사건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찰 수사심의위는 범죄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이 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지만 검찰은 ‘마이 웨이’를 고집했다.

하지만 법원이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만 머쓱하게 됐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의 완패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돼 2017년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2019년 대법원에서 2심 판결 파기 환송으로 2021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2021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감옥에서 나왔지만 검찰은 또다시 경영권 승계관련 불법을 이유로 이 회장을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민사든 형사 든 지긋지긋한 법적 분쟁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들은 대부분 치를 떨게 마련이다. (그러나 극히 일부 자기애가 강한 인사는 감옥에 있으면서 옥중 메시지도 내고 ‘법적으로는 패배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승리했다’며 독특한 정신세계를 과시하기도 하지만...) 지난한 재판 과정은 당사자들의 몸과 마음을 지칠대로 지치게 하고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인들 예외가 아닐 듯하며 무려 9년여에 걸친 잦은 재판과 구속, 사면 등의 과정을 겪으면서 지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당연히 일상생활은 물론 경영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웠을테고 이는 삼성의 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최고 경영자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의 주요 투자 결정과 신사업 추진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 회장과 삼성은 9년여를 허송세월 한 셈인지도 모른다.

흔히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 경제도 무너진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한국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삼성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최근에 불거진 삼성의 위기설에 대해 나름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에 따른 수익구조 악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 기술혁신의 속도와 시장성숙에 따른 위기 가중과 투자 실기 등등...

그중에서도 특히 리더십 공백과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이 삼성의 경영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다 앞서나가기는 쉽지 않다.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에 최고 경영자의 의사결정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한다. 경영 리더십의 안정화 이뤄지고 새로운 비전과 전략으로 무장한다면 시장 선도기업으로 위기를 기회를 바꾸는 역량이 삼성에 충분히 내재돼 있다고 믿는다. 삼성의 미래를 위협하는 여러 가지 경영환경은 뛰어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무죄가 확정된 이후 이 회장의 경영행보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회장은 지난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만나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과 올트먼은 이 회장에게 약 730조원을 투입, 미국에 초거대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 업체다. 또 AI 칩을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도 갖고 있다.

AI를 접목한 스마트폰과 가전, TV도 생산한다. 삼성전자로서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가 AI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도 있다.

결과에 대해 막중한 책임은 오롯이 최고 경영자의 몫이다. 위축되든가 머뭇거리다가 실기를 해서는 안된다. 자신감을 가지고 과감하게 방향을 제시해야한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한 이른바 '신경영 선언'을 넘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이슈와 자신을 겨냥했던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이상 이제는 삼성과 이 회장이 국민과 주주들에게 경영성과로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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