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세계 각국에 '관세 전쟁'을 선포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2/240054_138470_06.jpg)
【뉴스퀘스트=김민우 기자】 영국 시인 T.S.엘리엇(Eliot)의 시 <황무지>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죽어 없어질 줄 알면서도 생명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런 희망도 없었던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고 말한다. 미래에 닥쳐올 암울한 사건에 대한 두려움을 얘기한 시이다.
최근 우리 기업들도 잔인한 4월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지막지한 통상 압력에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라는 늪에서 헤메고 있다. 트럼프가 내각 요인들에 조사·작성을 명령한 '신(新) 통상 전략 보고서'는 오는 4월 1일 각국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철저하게 미국의 입장에서 불공정하고 불균형한 무역행위를 교정하기 위해 연방법상 행정부의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가 이달 밝힌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들은 안그래도 위축된 한국 기업들에겐 절망 그 자체다.
KB증권은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는 1조9000억원, 기아는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8222억원, 같은 기간 기아가 2조7164억원임을 감안하면 관세가 인상되면 한 분기 영업이익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셈이다.
이런 산업계의 아우성 속에서도 우리 정치권은 온통 대통령 탄핵과 이에 따른 조기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양 진영으로 나눠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일례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반도체특별법'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규정'에 막혀 한치도 진전하고 있지 못하지만, 여야 어느 한 측도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또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비하기 위한 '통상특위' 구성은 어떤가. 여야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 원 구성은 요원한 상태다.
결국 '목이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기업인들이 나서는 모양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국내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구성해 미 워싱턴 DC를 공식 방문하고, 백악관 고위 당국자 및 의회의 몇몇 의원들을 만난다고 한다.
물론 민간이 미 행정부의 서슬퍼런 관세 정책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대미 투자 협력 액션플랜을 소개하며 우리의 입장을 설명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는 30여년전 이건희 회장의 발언이 여전히 유효한 것만 같아 씁쓸하다.
아무리 경황이 없더라도 여야 합의로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비하는 국회 특위 하나 쯤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8번째 무역적자국이자 지난해 역대 최대 대미 흑자(1278억달러)를 기록한 한국에 집요한 요구를 해올 것이 뻔하다. 이제 한달 남짓한 시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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