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난ㆍ재해 대응,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 집중
여야 세부내역 이견 커 실제 편성까진 험난할 듯...

의성 지역의 산불이 강풍에 불씨가 이동하면서 인접 마을까지 위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의성 지역의 산불이 강풍에 불씨가 이동하면서 인접 마을까지 위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정부가 역대 최대 산불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리스크 등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추경을 위해서는 ‘여야정이 참여하는 국정협의체의 가이드라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입장을 바꿔 선제적으로 추경 제안에 나선 것이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여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최근 산불로 약 4.8만ha에 이르는 산림 피해와 75명의 사상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 지역민들의 조속한 일상 복귀를 위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과 지원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미국 신 정부의 관세 부과 등 통상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주력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이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 재정 측면에서도 기존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신속한 추가 재정 투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내용 측면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 재난ㆍ재해 대응 ▲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 민생 지원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역에 대해 최 부총리는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해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산불 예방과 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교역 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우리 수출 기업의 무역 금융과 수출 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고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하겠다”며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및 소상공인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는 현재 추경 편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여야를 향해 “산불 피해 극복, 민생의 절박함과 대외 현안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필수 추경’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필수 추경의 취지에 ‘동의’해 주신다면 정부도 조속히 관계 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부내역에서 여야 간극이 큰데다 정치적 혼돈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이어서 추경 편성이 실제로 이루어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예비비 2조원 증액'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산불복구뿐만 아니라 민생회복 소비쿠폰 또는 지역화폐 할인지원 등 소비진작 패키지까지 아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만으로 추경의 현실화를 점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여야 동의를 전제로 편성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 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 장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 부총리는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정치 갈등으로 인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다"며 4월 중으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여야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선 정부 편성안을 제출하더라도 국회 단계에서 전면적으로 수정되거나 아예 통과가 불가능한 정치 지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정부가 약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을 공식화한 데 대해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민주당이 심각한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며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을 준비하기 위한 추경을 요구한 지 3∼4달이 지났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지연되는 동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더 심화했고, 초유의 산불재난까지 더해졌다"며 "10조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추경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두고 "추경을 뒷북 제출하면서 '급하니 국회의 심사 과정은 생략해 달라'는 태도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구체적인 추경안이 추경 목적에 부합하는지, 민생경제 회복과 성장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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