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사망사고때 허인영 회장 "재발방지" 약속 공염불
안전사고 예산으로 1000억원 투입? 어디에 쓰였는지도 불투명

사고가 발생한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내 기계 [사진=연합뉴스/시흥소방서]
사고가 발생한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내 기계 [사진=연합뉴스/시흥소방서]

【뉴스퀘스트=김어진 기자】‘또’ SPC였다.

19일 오전 3시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윤활 작업 중이던 50대 작업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빵을 식힐 때 이동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움직이도록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20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공장 관계자를 형사 입건했다. 경찰과 별개로 고용노동부 또한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수사에 나섰다.

SPC는 그간 잇단 안전사고로 물의를 빚어왔다.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작업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를 시작으로, 지난 3년간 기사화된 사건만 사망 3건과 부상 5건이다.

2022년 당시 사고 발생 직후 야간작업부터 현장에 천막을 치고 작업을 재개한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거센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결국,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허 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1000억을 안전관리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허 회장의 약속이 무색하게 2023년 8월에 한 번, 그리고 지난 19일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즉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잘못”이라고 했다.

그동안 SPC에게는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많았다. 2020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SPC그룹 계열의 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사건은 572건에 달한다. 특히 허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숱하게 산재 사고가 반복됐다. 당시 SPC가 단 한번이라도 ‘안전하고 행복한 근무환경 조성’이라는 스스로 내세운 비전을 되새겼다면 이번 사고는 없었을지 모른다.

또 2023년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SPC그룹에 대한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도 SPC의 안전 강화 대책을 점검하는 좋은 기회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 1000억원이 통상적으로 기업 경영 개선을 위해서 또는 공장 설비 개선을 위해서 투입하는 예산이 아니고 그에 더해서 추가로 안전을 위해서만 투입하는 예산”인지 물었다. 허 회장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설비 예산”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다.

같은 당 이수진·전용기·윤건영 의원은 SPC의 2교대 근무 문제를 지적했다.

이수진 의원은 당시 SPC계열사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사망사고는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또 장시간 노동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노동시간 단축이나 교대 근무 개선과 관련해선 안전 투자 현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운건영 의원도 “대다수 계열사가 2조 2교대다. CJ제일제당은 4조3교대로 돌아섰다”며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보여주는 거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2023년 청문회 이후에도 SPC는 ‘과이불개’했다.

SPC그룹에 따르면 2022년 대국민 사과 이후 지난해까지 산업안전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835억원이다. 구체적으로는 ▲고강도 위험작업 자동화 228억원 ▲안전설비 확충 225억원 ▲작업환경개선 189억원 ▲장비 안전성 강화 148억원 ▲기타 45억원이 투입되었다는 게 SPC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지금까지 1000억원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질의했으나 회사에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며 “1000억원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조 2교대 문제 역시 여전하다. 21일 현재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과 알바천국에는 SPC 계열사 공장의 구인공고가 수십건 게시되어 있는데, 확인 결과 이들 대부분이 12시간 맞교대 근무였다.

한편, SPC삼립은 19일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번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습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SPC그룹이 이미 수차례 깨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이젠 그 정도의 노력으로도 부족하다. 그룹 차원에서 뼈를 깎는 것을 넘어 환골탈태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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