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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 간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과거 일부 경쟁이 느슨한 업종이나 첨단 신기술 개발 등과 같은 회사 간 이해관계가 없는 분야를 넘어서 경쟁업체간의 연합도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이고 첨단 빅테크 기업까지 ‘영원한 적’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가 낳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이런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협력관계는 이를 대변하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와 도요타는 모터 스포츠 분야에서 이례적인 공동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고성능 자동차 브랜드가 참여했다.

더 주목을 끈 것은 양사 회장이 경쟁사의 자동차를 살펴보고 선수를 격려하는 행사에까지 참여한 사실이다.

양사는 한발 더 나아가 아직 초기단계인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기술협력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미래 수소 자동차 시장에 대한 공동연구와 시장 확대 전략 등을 통해 서로 윈윈(Win-Win)하는 모델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과거처럼 시장 독점을 통한 이윤보다는 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를 도모해 서로 발전하는 협력관계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양사 협력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월드랠리 챔피언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 우승을 하자 도요타가 일본 신문에 게재한 축하광고 이벤트다.

도요타가 게재한 이 광고에는 배경사진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양사 경주차 앞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담았다.

광고 하단에 게재된 한글 문구는 언론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정의선 회장님과 현대 자동차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일본 신문에 한글 광고문구라니... 상상하기 힘들었던 이 광고는 도요타가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에 거는 진심과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국내 경쟁기업간 ‘적과의 동침’사례도 나타났다.

국내 철강업계 1, 2위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협력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될 예정인 현대제철의 전기로 공장에 포스코가 지분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트럼프 정부의 25% 철강수입관세 부과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루이지애나 철강동맹'으로까지 불린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전기로 방식으로 건설될 예정으로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저탄소 철강 생산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서도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달 21일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투자를 공식화했다.

눈을 미국으로 돌리면 글로벌 AI 빅테크기업 간 협력은 더욱 활발하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의 전격적인 파트너십 구축은 빅테크 기업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MS는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했고, 오픈AI의 API는 MS애저 클라우드 플랫폼만을 통해서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MS는 최첨단 AI기능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오픈AI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게 됐다.

지난해 2월 AI산업 전반의 이니셔티브를 위해서 'AI얼라이언스'가 구성됐다.

이 동맹에는 메타와 IBM 등 50여개 이상의 기업 및 학술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오픈소스 AI모델을 만들면서 안전 및 윤리적 분야에서 개방형 혁신을 이뤄내는 게 목표다.

또 미국 국무부와 아마존, 엔트로픽, 구글, 메타, MS, 엔비디아, 오픈AI 등이 참여한 '글로벌 포용적 AI를 위한 파트너십'도 출범했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AI활용을 촉진하겠다는 것이 출범이유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간 합종연횡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기업이 직면한 경영환경이 과거와 달리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관세전쟁으로 촉발된 전 세계 무역갈등으로 인해서 기존 효율중심의 글로벌 분업체제가 일거에 무너졌다.

자국의 이익만이 남아있고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글로벌 기업경영 현장에도 여지없이 작동되고 있다.

또한,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기존 공급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서 공급망도 새롭게 구축해야 할 실정이다.

기업경영은 이제 폭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 속에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다.

여기에 AI로 촉발된 기술진보는 개별기업이 대응할 수준을 넘어선다.

경제, 사회 및 정치의 대변혁은 1990년대 인터넷 도입당시를 넘어선 지 오래다.

기업들에 더 큰 충격은 AI가 초래할 대변혁이 이제 시작에 불과한 단계라는 점이다.

넘어야할 과제도 문제지만 그 과제를 잘 모른다는 것이 기업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답인지는 아직 증명된 바 없지만 기업들은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찾은 게 과거의 각자도생 방식이 아닌 미래를 위한 협력이 아닌가 싶다.

‘불확실한 미래’라는 과제와 싸우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전략이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이를 통해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일전(一戰)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적과의 동침은 죽어야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같이 살면서 사는 전략이다.

사즉생(死卽生)전략이 아니라 생즉생(生即生)전략인 셈이다.

기업들은 이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새로 떠오르는 ‘생즉생(生即生) 경영’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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