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넌 26일 남양주 유세 나선 이재명 후보(왼쪽부터), 평택 K-55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유세하는 김문수 후보, 24일 수원역 로데오거리에서 유세하는 이준석 후보. [사진=연합뉴스]](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5/245884_145452_2519.jpg)
【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스포츠 경기에 대한 승패를 예측할 때, 가장 쉬운 종목은 일대일 상황에서 대결하는 실내 경기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기량’이라는 변수가 가장 중요하며, 나머지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선수가 갑자기 배탈이 나거나 갑작스런 부상을 경기 1시간 전에 당했다던가 하는 변수는 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사람 수가 많아지는 팀 스포츠이면 개인의 기량에 대한 변수도 사람 수만큼 늘어나고, 그들끼리 미치는 영향, 흔히 말하는 팀 케미스트리 차원에서 뭔가 분석하기는 더욱더 어려워진다.
여기에다가 경기장 외 변수까지 고려하면 더 복잡해진다.
예를 들면 축구같이 야외에서 하는 경기는 때에 따라서 수중전을 치르기도 하고, 영국같은 경우는 눈이 오는 와중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하며 태풍이 오거나 날씨가 엄청 더워지더라도 웬만하면 경기를 치른다.
경기 외적인 변수가 실제로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팀의 승리가 이 팀의 실력 때문이라고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대통령도 유사한 경우라 생각한다.
지금은 비 안 오는 것도 왕이 부덕한 소치라고 말하는 전근대적인 시대가 아니라 최첨단 기술로 분석, 예측이 가능하고 이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이다.
국가의 상황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무리한 일반화의 오류일 뿐이다.
외교 부문에서 보자면 갑자기 최근 미국 사례처럼 엄청난 관세폭탄이 떨어질 수도 있고, 타국간의 전쟁이 발발해서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워낙 글로벌로 긴밀하게 연결된 국가경제이기 때문에 환율이 급격하게 오르고, 해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 아니다.
대통령의 책임은 그러한 일들이 벌어졌을 때 국내에서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대응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까지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가장 중요할 일은 본인이 온전하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일, 철저하게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 그 중에서도 협력을 통한 갈등의 축소라 생각한다.
때마침 이번 2차 대선 토론의 주제로 ‘사회 갈등 극복과 통합 방안’이 선택되어서 각 후보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갈등은 ‘계층간 갈등’도 있을 수 있고, ‘세대간 갈등’도 있을 수 있으며 ‘성별 갈등’ 또한 있을 수 있다.
그러한 갈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도 있어야 하지만 실은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편향된 진영의 논리에서 서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러한 갈등 또한 지금은 매우 엄격하게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기도 한데 적어도 대선 후보들이 그에 대한 문제를 짚어내고, 정확히 어떤 정책과 협력을 통해 그러한 갈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고 하는지 해결책을 듣고 싶었으나, 그러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경제적 양극화를 줄임으로써 그러한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전에나 통하는 논리이지 고소득자나 흔히 존경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양쪽 극단에 나눠져 있는 현상은 설명하지 못한다.
젊은 정치인들로 세대교체를 하는 것이 세대갈등을 없앨 수 있다는 발상은 젊으면서 양극화 세력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인들을 보았을 때,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을 분열의 국가로 만들고 있는 이념의 양극화, 정치의 양극화를 해결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노력과 정책들이 공약에 담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제대로 본질을 짚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실 언제 어떤 대통령 후보든지 대부분 하는 똑같은 말이 있다.
공정한 세상 만들겠다 하고, 능력있는 자가 성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공정한 세상’이라고 하는 단어와 ‘능력있는 자가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말은 거의 동의어로 우리는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능력주의는 우리가 꼭 염두해야만 하는 맹점이 있다.
첫째, 사회 구조상 아무 차이도 아닌 시험에서 1, 2점 차이로 혹은 면접에서 면접관의 선호도에 따라 사립 고등학교나 자사고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진학하는 대학이 결정되며, 대학에 따라 사회에서의 성공이 결정되는 사회이다.
즉,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제도라고 보이지만 운에 의해 꽤 많은 것들이 결정되는 사회이기도 하다.
둘째, 능력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으로 치부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운이 좋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안해서 그런거야’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즉, 능력주의 사회는 어떤 사람의 성공과 실패는 상황이 아닌 그 사람의 내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치부하는 ‘기본적 귀인오류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가 팽배하는 폐해를 가지고 올 수 있다.
‘협력하는 대통령’, ‘갈등을 줄이는 대통령’, 그리고 ‘공정한 세상’, ‘능력있는 자가 성공하는 세상’ 모두 다 너무나도 좋은 말들이다.
그러나,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이러한 말들은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아주 작은 부분에서라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부분이 없는지 매순간 고민하며 실천해 나가야만 한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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