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23일 이재명 정부에서 처음으로 11개 정부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날 장관인선 발표에서 주목되는 점은 기업인 출신이 3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물론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된 윤창렬 후보자는 전직 관료출신이지만 그래도 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 기업인 출신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네어버와 LG출신 장관인선을 통해 기업과 정부간 협업이라는 실용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과거 기업인 출신 과기정통부장관(정통부 포함)으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대우전자 사장 출신인 배순훈 장관과 KT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상철 장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대제 장관,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시절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을 역임한 유영민 장관 등이 있었다.

공교로운 것은 모두 진보진영 대통령 때 장관을 역임했다는 사실이다.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과 진보 대통령과의 궁합을 보여준다. 

하지만 보수정부 때는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은 ICT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그 자리를 방송통신위원회로 대체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창조경제를 내세워서 방송통신위원회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재편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 장관을 역임한 배순훈 장관과 이상철 장관, 진대제 장관 그리고 유영민 장관은 모두 스타급 CEO 출신이다.

우선 배 장관은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KAIST에서 교수를 지내다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했다고 한다.

세계경영으로 급부상한 대우그룹에 기술경영을 접목하고자 한 김 회장의 깊은 뜻이 숨어있었다고 한다.

배 장관은 대우전자 회장 시절 ‘탱크주의’를 내세웠다. 삼성과 엘지라는 전자업계 2강에 맞서서 튼튼하고 고장이 없는 탱크 같은 가전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탤런트 유인촌 씨(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와 함께 직접 TV광고에 나와 탱크주의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추진한 삼성과 대우그룹간의 빅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다가 과기부 장관에 임명된 지 6개월 만에 경질됐다.    

이상철 장관은 국방과학연구소를 거쳐 KT통신망연구소장, KTF사장, KT사장을 거쳐 2002년 정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 장관은 KT 사장 시절 유선중심의 KT를 인터넷과 무선중심의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조직 비대화와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젊은 KT로 변신시키는데 올인했다.

장관 재임 때는 010번호 통합 정책을 통해 통신사간의 공정경쟁을 촉진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엔지니어출신이지만 오히려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혁신과 변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장관 재임 불과 7개월 만에 총선에 차출되면서 혁신의 여정은 중단된다. 

진대제 장관은 삼성반도체 사장 시절부터 남다른 리더십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식석상에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와 변화와 혁신을 외쳤고, 삼성 내부에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브리핑 실력을 자랑했다.

삼성전자 최초 16메가 D램 개발을 진두지휘해서 ‘미스터반도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장관으로 재직 시절에는 ‘IT839’정책을 선언하고 ICT를 통한 성장을 주도했다. ‘IT839’정책은 IT를 통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8대 신규서비스와 3대 인프라 구축, 그리고 9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가치사슬(Value Chain)구축을 통해서 IT선순환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성장전략이다.

광대역 통합망 구축 등 인프라 구축분야에서는 성과가 있었지만, 광범위한 분야와 산업부와의 업무중첩으로 인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진 장관은 IT를 통한 산업진흥 정책을 주도적으로 전파했다. 

마지막으로 유영민 장관은 기업최초 정보기술 최고책임자(CIO) 출신으로 CEO 자리까지 올랐다.

1979년 엘지전자에 입사한 후 당시 전산실로 불리던 곳에서 근무를 시작해서 IT를 경영의 중요한 분야로 발전시켰다.

유 장관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시 모래알 같은 직원들을 하나로 모았고, CIO모임을 조직해 산업체간 소통과 경쟁력 강화에도 앞장섰다.

장관 재임 때는 세계최초로 5G상용화를 통해 국내의 ICT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5G인프라 구축에서는 한국이 앞서 나갔지만 장비와 관련업계는 오히려 역성장하는 등 정책보다 구호로만 앞서 나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새로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배경훈 후보자는 하정우 대통령실 AI수석과 원팀으로 소버린AI정책을 맡을 적임자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우선 전임 기업인 출신 장관들보다 기업경영 경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삼성과 SK에서 연구원 경력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지는 얼마 되지 않은 탓이다. 

2020년 말부터 LG AI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300여명의 연구원들과 한국형 생성형LLM모델개발 경력이 전부이다.

또 다른 우려는 정무 감각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번 장관 인사 청문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도 AI 3대강국 달성과  AI 100조원 투자를 통해 국민 모두가 쓰는 AI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 앞에 놓여있다.

국민 여론과 여당은 물론 야당, 그리고 AI 투자재원 조달 등 어려운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일 큰 난제는 역시 해당부처의 관료주의 극복이다.

유영민 장관도 부처내의 관료주의의 벽을 경험하고서는 여러 차례 어려움을 토로했다.

우선 기업인 출신 장관은 결과를 먼저 내세우지만 고위 공무원들은 규정을 들어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적이 많다고 한다.

신중하다는 표현은 법과 규정상 어렵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고 한다.

물론 실정법의 한계를 넘어서기도 어렵지만 그보다 먼저 법과 규정만을 내세우는 관료들을 쉽게 바꾸지 못했다는 후일담이다.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박형일 전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노무현 정부 시절 진대제 장관은 장관직을 3년1개월 수행했다.

역대 장관 중 최장수에 속한다.

재임기간이 길어야 조직과 정책을 이해하고 성과주의 평가에 따라서 유능한 관료를 발탁하는 인사도 할 수 있다. 1년 정도의 장관 임기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실용주의 정부인 만큼 기업인 출신이 관료주의에 맞서서 AI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충분한 재임기간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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