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윤희 기자】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돌연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앞두고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기준이 높아지면서다. 

특히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에 '쪼개기 상장'으로 지목받아 밉보이지 않으려 상장 일정 조율에 나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6월 한 달 동안 11곳(스팩 제외)의 기업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올해는 6월 25일 현재 기준 절반 수준인 6곳에 그쳤다.

올해 들어 이달 25일 상장예비심사를 철회한 기업은 17곳(스팩 제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을 계획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인적분할과 재상장을 추진했던 빙그레, 영구크린, 호룡, 포이닉스, 비젼사이언스, 레메디, 엠아이티, 레드엔비아, 아른 등이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하반기 5조원에 달하는 몸값으로 기대를 모았던 SK엔무브의 상장도 사실상 무산됐다. 전날 SK엔무브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SK엔무브의 IPO를 잠정 중단하고 재무적투자자(FI) IMM크레딧솔루션이 보유한 SK엔무브의 지분 30%를 사들여 SK엔무브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SK엔무브는 상장예비심사 단계부터 중복상장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거래소는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 전 사전 협의 과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SK엔무브에 주주보호 방안 수립을 요청한 바 있다. 그룹 지주사인 SK㈜와 자회사 SK이노베이션에 이어 손자회사인 SK엔무브까지 상장될 경우 중복 상장에 따른 지분 희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까다로워진 심사 과정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은 기업도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항암 신약 ‘렉라자’ 원개발사로 알려진 제노스코가 거래소 상장예비심사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시장위원회에서 재심사 결과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이 역시 모회사 오스코텍과의 ‘매출 중복·복제 상장’ 논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공동개발한 폐암 치료 신약 물질인 레이저티닙을 2016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했다. 실제로는 두 회사의 매출 구조가 같은 것이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상장사 자회사의 IPO가 일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복상장을 ‘쪼개기 상장’이라 표현하며, “이런 경우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정권 초기 중복상장 논란으로 주목받고 싶은 회사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주 보호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당국의 요구를 맞추려고 해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상장 일정을 미루는 회사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예비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최근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일정이 정정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면서 "대어급 예비 상장사들은 강화된 심사 분위기를 해석하는 것과 더불어 상반기 경영실적을 토대로 연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 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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