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원 대표, '유일하게 경영 중인 콜마BNH마저 빼앗으려 해'
윤상현 부회장 '실적 부진하니 이사회 들어가 경영권 행사할터'
오죽하면 아버지가 나서 아들에게 준 주식 돌려달라고 할까...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오른쪽)과 윤여원 콜마BNH 대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오른쪽)과 윤여원 콜마BNH 대표.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 그러나 피보다 더 징한 게 돈이다.' 돈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돈을 위해서라면 형제애도 다 필요없다. 다른 어떤 것보다 끈끈하고 우선하게 마련인 가족 간의 유대감도 돈 앞에서는 여지없이 꼬리를 내린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지분 상속과 경영권을 둘러싼 남매 간, 형제 간 분쟁은 늘 있어 왔다. 그 배경에는 그룹 지배권과 지분에 대한 욕심, 오랜 가족 간 갈등이 얽혀 있다.

한국콜마는 국내 대표적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기업으로 제약, 건강기능식품으로까지 사업을 확장한 중견기업이다. 창업자 윤동한(78)회장이 지난 1990년 대웅제약에서 나와 일본콜마와 합작 설립한 뒤 오랜 시간 공들여 일궈낸 결과다.

이 회사에서 최근 계열사 경영권을 놓고 남매 간 그리고 부자간의 갈등이 급기야 법정분쟁으로 번졌다. 콜마BNH를 둘러싸고 윤 회장의 아들 윤상현(51)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딸 윤여원(49) 콜마BNH 대표가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윤 회장은 윤 부회장과 윤 대표 등에 콜마홀딩스 지분 28.18%를 증여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분 증여 이후 윤 부회장은 그룹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실질적 대주주로 한국콜마를 비롯 콜마스크, 콜마파마, HK이노엔 등 화장품·의약품 사업 6개 회사를 맡게됐고 윤 대표는 건강기능식품사업인 콜마BNH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지난 4월 윤 대표가 유일하게 맡고 있는 콜마BNH 사내이사에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임명하라며 윤 대표를 상대로 ‘선빵’을 날렸다. 명분은 콜마BNH의 지속적 실적부진, 제품 경쟁력 약화, 경영전략 부재 등이었다.

윤 대표는 오빠인 윤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명을 거부했고 윤 부회장은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 주총을 열도록 허가해 달라며 윤 대표 측에 소송을 걸었다.

이에 윤 대표와 윤 회장은 “윤 부회장이 경영 합의문을 위반했다”며 위법 행위 중지 가처분 신청을 넣는 등 치고 박고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윤 대표는 ‘윤 부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과장됐고 동생이 유일하게 맡고 있는 콜마BNH마저 장악하려한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지난 5월 말 윤 회장은 윤 부회장을 상대로 ‘조건부 증여’ 위반을 이유로 증여했던 지분을 반환하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했던 주식을 다시 돌려달라고 반환 소송을 제기했을까?

​일단 법원은 윤 회장과 윤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윤 부회장에 대해 “아버지인 윤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해서는 안 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윤 회장은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걸면서 이번 가처분 신청도 함께 넣었다.

이번 가처분 신청 인용에 따라 윤 부회장은 주식 반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윤 회장에게 증여받은 해당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윤 회장의 희망처럼 윤 부회장이 주식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윤 회장은 승산 없는 소송을 왜 아들을 상대로 제기했을까? 재계에서는 소송 제기가 법적 효력보다는 윤 부회장을 향한 상징적 압박이라는 해석이다.

딸인 윤 대표가 경영하고 있는 콜마BNH마저 윤 부회장이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것에 대해 내심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측은 콜마BNH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이사 후보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부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윤 대표의 콜마BNH의 독립경영에는 적신호가 켜지고 윤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윤 대표가 적극적 법적 대응으로 주총 효력이 무효화 될 경우 윤 대표의 경영권 수성은 가능해진다.

윤 대표는 윤 부회장의 임시 주총 소집허가 신청이 그나마 유일하게 상속받은 콜마BNH의 '경영권을 침탈하기 위한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만약 임시 주총이 열리면 경영권 교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콜마BNH는 상법상 콜마홀딩스의 경영권 행사를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콜마 BNH는 지배구조 상 콜마홀딩스의 종속기업으로 콜마BNH의 최대주주는 지분 44.63%를 보유한 콜마홀딩스이며,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윤 대표의 콜마BNH 지분율은 7.78%에 불과해 사실상 콜마BNH는 윤 부회장의 지배 아래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윤 대표가 콜마BNH를 독립 경영할 수 있었던 배경은 2018년 9월 이들 남매와 부친인 윤 회장 간에 체결된 '3자 간 경영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윤 부회장이 이런 경영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합의서에는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를 통한 그룹 운영을 맡으며, 콜마홀딩스의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 대표가 건강·기능식 사업 부문인 콜마BNH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적법한 범위 내에서 지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윤 부회장은 콜마BNH의 임시 주총 소집허가 소송이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는 입장이다.

3일 현재 한국콜마의 주가는 1만원 초반까지 하락했으며, 콜마BNH의 주가는 1만5000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할 경우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콜마 사태는 한국 재계의 고질적인 불투명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의사결정구조 등에 대한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욕심을 앞세운 형제 자매간의 갈등, 그리고 법과 원칙에 따른 경영이 자리잡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된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오빠인 윤 부회장의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동생인 윤 대표의 무능력 때문인지는 시장이 판단하겠지만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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