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지원하려 보낸 병력 2만명 넘어
9년 끈 원산 리조트단지 문 열어
군사‧경제 쫓아 브레이크 없는 질주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24일 강원도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해 미끄럼틀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딸 주애, 부인 이설주. [사진=조선중앙통신]](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7/247959_147603_1145.jpg)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김정은의 북러 밀착 노선에 따라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 숫자가 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순 1만1000명 수준의 전투병을 러시아 지원을 위해 보낸 북한은 전사자 700명을 포함해 무려 4000명이 죽거나 다치는 손실을 입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궤멸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북한은 올 초 3000명의 병력을 포병 위주로 추가 파견했다. 또 지난달 1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가안보회의 서기에게 공병 1000명과 군 건설인력 5000명을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파견되는 군인들에게까지 우크라이나전 투입 사실을 비밀에 부쳤던 북한은 올들어 전세가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를 맞자 전투병 파견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섰다.
이어 지난달 말에는 전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은 넌지시 알렸다. 러시아 공연단이 평양을 찾아 북한 측과 합동공연을 갖는 무대 뒤편에 김정은이 항공기에서 내려진 북한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관에 인공기를 덮는 장면을 내보낸 것이다.
물론 북한은 아직 이런 사실을 공식화 하지는 않는다. 공연에 나온 장면을 슬쩍 북한TV에 흘려보내 반응을 떠보려는 듯하다.
조만간 북한은 평양에서 추모행사 등을 열어 이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대대적인 선전선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전사사장자 발생에 따른 동요나 불만이 김정은과 북한 수뇌부로 향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하지만 어린 아들이 전쟁터에 보내진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부모들의 반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름도 낯선 우크라이나전선에 보내져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두고 김정은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푸틴을 향한 김정은의 구애는 계속될 조짐이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6월 26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7~8월 중 추가 파병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CNN은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3만명을 추가로 보내려 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대러 밀착은 군사협력에 그치지 않을 분위기다. 이달 초 문을 연 강원도 원산의 갈마해안관광지구에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는 등 교류와 협력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무려 5차례 준공 시한이 수정되며 9년간의 공사 끝에 완성된 대규모 해양 리조트 시설이다. 명사십리로 불리던 갈마반도 일대 4km 해안에 호텔과 편의시설 등 건물이 밀집해 수용인원이 2만명에 달한다.
냉랭한 모습을 보이는 북중 관계나 대남 차단벽치기 등을 따져볼 때 현실적으로 러시아 관광객 말고는 이곳을 찾게 할 방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관광사업이 대북제재의 예외 항목이긴 하지만 굳이 많은 돈을 들여 북한 관광에 나설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실제 원산 지역은 바닷가 외에 별다른 볼거리나 먹거리가 없는 실정이다. 열악한 교통인프라 등으로 인해 이동에 상당한 불편이 따른다는 게 현지 사정에 밝은 탈북민과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갈마비행장을 2~3억달러의 돈을 들여 리모델링 했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외 항공노선 하나 취항하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없는 것이다.
폐쇄적인 체제 특성상 관광객에 대한 통제가 철저히 이뤄지고 안전 문제도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올초 함북 나선지역 시범관광에 참여했던 서방 국가의 유튜버들은 화장실도 북한 가이더의 통제를 받고 가야했다면서 불만을 쏟아냈고,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다.
지난 2008년 7월에는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멀지않은 금강산을 관광하던 한국 관광객이 북한 경비병에 의해 피격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2015년 12월 호기심에서 평양 관광길에 나섰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국가전복 음모죄'로 체포한 뒤 장기 억류하다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했으나 엿새 만에 숨졌다.
상황이 이렇지만 북한은 일단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제스처를 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김정은이 준공식에 참석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갈마지구를 키우라”는 지시를 내린 때문이다.
격랑이 이는 국제정세 속에서 체제생존을 모색하는 김정은이 선택한 건 러시아의 푸틴이다. 그리고 끈끈한 북러관계를 위해 군사와 경제(관광)이란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이런 김정은의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하지만 이미 폭주기관차에 올라탄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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