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시리즈 22부작 ‘백학발의 새봄’
엘리트 검사역 훈남 배우 인기몰이
한류 드라마‧영화 따라잡기 역부족
![북한 TV드라마 ‘백학벌의 새봄’에서 엘리트 검사역을 맡은 배우 최현. 한국 드라마의 꽃미남 배우를 연상케하는 외모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은 상대역인 농업연구사 로 열연한 배우 리유경. [사진=조선중앙TV 캡처]](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7/248366_148050_2244.png)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남북한의 분단이 장기화 하면서 정치‧군사 뿐 아니라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이질화가 나타났다.
심지어 미남‧미녀를 가르는 기준도 차이가 심하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른바 ‘꽃미남’이 등장한지 오래고 ‘차도녀’ 등 대세녀를 일컫는 표현도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북한에서도 미인으로 간주되는 인물의 표준은 아무래도 TV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체제 특성을 반영한 노래지만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저런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한마디로 북한에서는 후덕해 보이는 얼굴생김과 이미지가 미남과 미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보면된다. 우리 시각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얼굴도 퉁퉁하고 눈이 부리부리하면서 배도 적당히 나온 ‘풍요로운’ 외모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최근 들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TV드라마에 꽃미남으로 분류될 수 있는 호리호리하고 갸름한 얼굴의 남자 배우가 인기를 끌고 신세대 여배우들이 등장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북한의 대세 드라마는 조선중앙TV가 최근 방영한 22부작 ‘백학벌의 새봄’이다. 한국의 미니시리즈처럼 집중편성을 해 방영하는 방식까지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에서 발간된 대외 선전 잡지 금수강산 7월호는 “지난 4월부터 방영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례적인 보도는 이 드라마의 인기가 상당함을 반영한다.
북한의 드라마‧영화는 물론 가요까지 체제선전과 김정은 찬양 일색인 특징을 보인다. 문화를 대중 선전‧선동의 도구로 보는 집단주의 시스템에다 3대 세습이란 통치체제를 갖고 있다보니 이를 빼고는 문화‧예술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백학벌의 새봄'은 과거 북한 TV드라마나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북한 사회와 생활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앞치마를 두룬 아버지가 밥상을 들고 방에 들어오는데 엄마는 협동농장 업무로 바쁘게 통화를 하는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과거에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가부장적인 북한 체제에서 남성이 요리를 하거나 부엌을 드나드는 건 금기시 됐는데 이젠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권세 있고 돈 많은 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검사라는 게 자랑스러운 어머니는 교제중인 여성을 몰래 찾아가 “처녀 쪽에서 먼저 돌아서 달라”고 선물까지 건네며 단호하게 통보한다. 우리 드라마에서 볼 수 있던 흔한 장면이지만 출신 성분이나 집안 배경 등으로 인해 결혼을 반대하는 모습이 북한 드라마에 그려지는 건 놀랍다.
시골 협동농장 간부로 자진해서 전출을 하려는 남편에게 대입을 앞둔 아들 생각은 않느냐고 따져 묻는 의사 아내의 모습도 등장한다. 도농 간의 생활수준 격차 못지않게 입시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교육열만큼은 남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한다.
남편의 출세를 위해 상관의 부인에게 게사니(거위)를 뇌물로 은밀하게 건네는 여성의 모습도 그려진다. 사실 이 드라마의 큰 흐름을 이루는 게 협동농장에서 생산된 곡물이 대량으로 빼돌려진 비리사건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인데,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다룬다는 게 과감한 연출이란 얘기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한 건 연기력이 뛰어난 전문배우들 못지않게 젊은 신예 연기자들을 대거 내세운 대목이다.
평양연극영화대 등 북한의 연기자 양성기관에서 뉴페이스들을 대거 등판시켜 북한 신세대들의 톡톡 튀는 일상을 그려냈다는 것이다. 또래 남성의 플러팅에 “처음엔 다들 그렇게 걸치더구만요”하며 거절의사를 밝히는 등의 장면은 이채롭다.
‘백학벌의 새봄’에서 떠오른 대세 훈남 배우는 엘리트 검사역을 맡은 최현이다. 금수강산 잡지는 “최근 영화들에 출연한 신인배우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개성적인 모습으로 처녀들 속에서 호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런 북한 드라마의 변신을 두고 한류 드라마‧영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분석도 나온다. 과거 틀에 박힌 체제선전이나 김정은 찬양에 식상한 신세대를 주축으로 한 주민들을 다시 TV 앞에 앉히려는 의도란 얘기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이미 흥미진진한 한류에 빠진 북한 신세대와 주민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으로도 드라마‧영화와 가요 등에서 변신을 꾀하려 들겠지만 체제의 특성상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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