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인기리에 방송중인 '이혼숙려캠프', 농구선수 서장훈이 진행을 맡고 있다.[사진=JTBC 캡쳐]](https://cdn.newsquest.co.kr/news/photo/202508/250583_150391_5429.jpg)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이혼숙려캠프’가 인기다. 숙려(熟慮)는 ‘곰곰이 생각하거나 궁리함’이라는 뜻이다. ‘이혼숙려캠프’는 문제적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기 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뜻으로 붙인 제목같다.
농구선수였던 서장훈이 출연부부들의 사연을 들어주고 상담해주는 가사조사관으로 주 진행을 맡고 있다. 방송 도중 가끔 잘못한 부부들을 따끔하게 꾸짖기도 하며, 캠프의 호랑이 소장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서장훈은 이미 이혼을 한 경험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참 별별 유형의 부부가 출연한다. 평범한 시청자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동 양식과 갈등 양상을 보이는 부부들이 많다.
서장훈도 이들 부부들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다른 세계에서 사는 듯한 부부들을 보며 필자의 부부는 ‘우리는 그나마 참 다행이야’라고 서로 위로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그의 아내 김건희 씨가 13일 구속됐다. 부부가 그것도 최고의 권력자였던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후세에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조국 부부도 부부가 다 구속됐지만 시차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권주자였던 시절 “이 정부가 상식과 원칙을 지켰다면 국민이 저를 불러내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 나라에 상식과 정의가 다시 살아날 걸로 기대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는 최고의 리더십과 품격을 희망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실망과 배신감 뿐이다.
윤 전 대통령의 황당한 계엄령으로 졸지에 쇠고랑을 찼거나 차게 될 부하들이 많다. 윤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이들에게 미안하다거나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리더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한다. 상식은 먼데 있지 않다. 자신의 헛발질로 인해 졸지에 날벼락 맞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는 게 상식이다.
감방 안에서는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팬티 바람으로 드러눕기까지 했다. 상식과 품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김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씨는 구속을 앞두고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한테 명품 백을 선물하고 수 천만원짜리 목걸이를 갖다 바쳤다. 주는 쪽에서야 뭔가를 바라고 했겠지만, 대통령 부인이라면 눈 앞의 명품을 돌 보듯 봐야했다.
김 씨는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공적 책무보다 사적 욕망과 사치가 앞섰다. 그것이 결국에는 정권을 내줬고 국가 이미지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김 여사는 과거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문제로 국민에게 마지못해 사과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후에는 누구보다 더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명품가방과 목걸이, 해외 순방 중 명품쇼핑 논란 등 잇단 일탈이 계속됐다. ‘공인의식 부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통령 부부의 사적 욕망은 결국 국격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배우자의 행태를 바로 잡기는 커녕 눈감고 방치했고 변명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김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갈등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충돌로 이어졌고 급기야 계엄령이라는 파국까지 초래했다.
아내의 문제를 덮으려다 국가 위기까지 불러온 셈이다. 지금 김 씨는 금품수수, 주가조작, 청탁 의혹 등 다수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그러나 더 우려스러운 것은 김 씨가 대통령 인사와 국내 정치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후진국형 ‘영부인의 국정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이라 자부해온 한국의 정치문화에 오점을 남기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특검은 야당인 국민의 힘 당사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보수정당인 국힘은 이제 공중분해 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기묘한 풍경이 이 나라에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라 당혹스럽지는 않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그동안 보여준, 보통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모습들은 ‘이혼숙려캠프’ 출연 부부들의 비상식적 그것에 버금간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것 같다.
‘이혼숙려캠프’ 출연 부부들은 갈등의 원인을 직시하고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찾는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아직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책임을 인정한 적이 없다. 그 결과는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아픔과 자신들의 명예 추락뿐 아니라 정치 혐오와 정부의 신뢰 붕괴, 그리고 국민의 자존심 상실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 윤미향 전 의원이 ‘오늘도 저것들은 나를 물어뜯고 있다, 저 욕하는 것들이 참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그래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침묵, 몽니가 아니다. ‘윤 겟 아웃’을 외쳐도 부족할 판에 언감생심 ‘윤 어게인’이라니...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치 무대에서 완전히 퇴장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그것이 그동안 잃어버린 최소한의 도리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래야 상처입은 국민들의 자존심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회복될 수 있다. 국민이 채워준 완장은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후회한들 이미 늦었다.
국가 지도자의 자리는 결코 개인의 사적 욕망과 탐욕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도자가 되려는 자들은 그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혼숙려캠프' 대신 ‘지도자숙려캠프’ 라도 만들어 지도자들은 무조건 입소케 한다면 이 나라에 과연 정의와 상식, 공정이 살아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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